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어머니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텐데

korman 2013. 5. 12. 14:58

 

 

 

 

어머니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 텐데

 

지금은 개신교로 개종하였지만 나와 한창 소주잔을 부딪칠 때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사회 선배가 있었다. 그는 소주 한 병쯤이 비워질 때면 늘 정치와 정치인 이야기를 안주로 꺼냈다. 어떤 이야기는 나도 공감을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나와 정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서로 상충되는 이야기가 술맛을 더 좋게 하여 늘 이 얘기 저 얘기에 속에 소주 4병쯤은 마셔야 자리를 파하곤 하였다.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정치 이야기를 꺼내더니만 각 나라 대통령 임기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3선 개헌을 비롯하여 독재국가 수장들의 임기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종교인 천주교 교황께서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차 통치 기간이 길어지면 독재화 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순간 그분 왈 “내 말이 우습냐? 비웃는 거 같다?” 하였다. 나는 주저 없이 “교황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건 좀 어폐가 있습니다. 교황은 한 번 선출되면 죽을 때 까지 하지 않습니까? 그리 이야기 하려면 교황도 정해진 임기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하고 농담을 던졌더니 그분 내말을 받으며 “그래 그 이야기도 일리가 있기는 하구만.” 하였다. 얼마 전 아직 살아계시는 교황께서 사임을 하고 새 교황을 선출하는 것을 보며 그 때의 술자리 대화가 생각났다.

 

모든 왕이 다 그들의 국가를 통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이 세상에는 왕이 존재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 중동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은 상징적인 존재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왕들이 자신이 죽어야 왕위를 자식에게 물려준다고 한다. 그런 왕국 중에서 며칠 전 네덜란드 여왕이 아직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전통에 따라 아들에게 왕관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유럽의 많은 왕국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왕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찰스라는 어머니만큼 늙은 아들이 있다. 가끔씩 이들이 뉴스에 등장 할 때면 난 늘 찰스가 애처롭게 느껴지기까지 하여 그녀를 향한 혼자말로 “이제 나이가 90이 가까워졌다는데 그만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아들이 먼저 죽겠구만.” 하곤 한다.

 

네덜란드 여왕이 아들에게 왕관을 물려주는 자리에 찰스 황태자 부부도 참석하여 지켜보는 모습을 TV에서 봤다. 그 순간 난 찰스는 저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생각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신문에는 엘리자베스여왕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자리에 참석한 찰스가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진이 흑백으로 실렸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로 어머니 보다 더 늙어 보이고 또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어머니가 되어서도 같이 늙어가는 아들 생각 보다는 왕관에 더 집착이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의 고귀함 보다는 이제 좀 아들에게 왕관을 벗어주는 모습이 왕으로서 뿐만 아니라 어머니로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편견인가.

 

남의 나라 어머니와 아들을 생각하며 커피추출기에 새 커피를 넣는다.

 

2013년 5월 9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