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치유-힐링프로의 허물

korman 2013. 6. 12. 17:00

 

 

 

 치유-힐링프로의 허물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다. 몰래 엿듣고 싶어 듣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게 하여도 좁은 공간이다 보니 옆에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일부 사람들의 대화는 (특히 중년을 넘어서신 분들), 나와 무관하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듣기 거북한 것도 있다. 때로는 그 분들 대화의 많은 부분이 자신들의 직계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대부분 황혼에 접어든 나이라 그런지 가족에 대한 자랑도 있지만 섭섭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동행하는 일행에게 뿐만 아니라 옆자리에 앉은 전혀 모르는 분과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섭섭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늘 가족 간의 좋지 않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듣는 장소에서는 좀 삼가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TV에 출연하였던 모 가수 때문에 알게 되었지만 TV에 ‘힐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저 초대 손님 하나 모셔놓고 그 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자들과 웃고 떠들고 하는 것으로는 여타 다른 프로그램과 다를 것이 없는데 무엇으로 누가 누구를 치유한다고 굳이 ‘힐링’이라는 외국어 표기까지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프로그램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치유는 둘째 치고 ‘힐링’이라는 말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그저 시청자들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유발시키는 ‘사생활 벗기기’를 벗어나 진정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인가를 생각할 때는 고개를 흔들게 된다. 출연자나 진행자들은 ‘치유’, ‘힐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어찌 해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에는 공개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나 혹은 타인의 이야기를 함으로 인하여, 또는 진행자들이 출연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므로 인하여, 출연자 자신이나 타인의 치부를 들추어 치유는커녕 오히려 자신이나 가족 및 언급된 타인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갑갑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으면 가슴의 응어리가 조금은 삭혀짐을 느낀다. 대중교통 안에서 앞뒤 안 가리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때와 장소 및 사람 안 가리고 이야기 하다가는 큰 낭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은, 그녀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지만, 치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가수가 증명하고 있다.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가슴속에서 털어내고 싶은 응어리가 있어 자의로 이야기 하였는지 아니면 진행자들의 유도에 못 이겨 털어 놓은 이야기인지는 방송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시청자 대부분은 모르고 있었던 가족 간의 치부를 동 TV 프로그램에서 밝힘으로 인하여 불행한 이야기가 연일 인터넷 첫 페이지를 달구었다. 그녀 자신은 그저 그것이 ‘힐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그 이야기를 함으로 인하여 자신도 위로를 받고 그럼에도 시련을 이기고 굳굳하게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겠지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그녀 자신이나 가족들은 치유하려는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세월이 많이 흘러도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본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보이는 상처는 약으로 치료가 되지만 ‘치유-힐링’이 필요한 보이지 않는 상처는 때와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하는 말 한마디 잘못으로도 또 다른 상처가 야기 된다는 것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동 방송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간과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진정한 치유-힐링은 공개된 장소에서 화풀이를 나타내는 것 보다는 화로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는 길이 아닐까. 

 

2013년 6월 11일

하늘빛

음악출처 : http://blog.daum.net/aldlsqkd9850/1528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