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노장은 살아있다.

korman 2014. 9. 7. 14:05

 

 

             사진 : 아침 6시 30분의 이슬 먹은 강아지풀

 

 

노장은 살아있다.

 

오랜만에 이기는 경기를 보았다. 감독대행 코치가 있기는 하였어도 감독 없이 이기는 경기를 보았다. 선수들 스스로 잘 하는 경기를 보았다. 노장과 중견과 신출내기들이 어우러져 신나게 한 판 놀아본 경기였다. 경기 내내 지난 월드컵에서도 이런 어울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주엘라와의 축구이야기다.

 

‘이동국’이라는 노장선수가 있다. 그에게는 이번 경기가 잊지 못할 꿈같은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뛴 국가대표경기에서 센추리클럽에도 가입하고 머리와 다리로 두골이나 넣어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주인공이 되었으니 그 기쁨을 본인 외에는 누가 알까만 국가대표경기 100번 출장이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가 노장이기는 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지금도 현역선수로 K리그에서는 따라올 선수들이 없을 만큼 최고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안타깝게도 월드컵 본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부상으로 못나가고 인연이 없는 감독에게서 배척당하고.... 난 그를 좋아한다.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국내용”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A매치 경기 이전까지 그는 99번의 국가대표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한번이 미치지 못하여 그 영광스러운 센추리클럽 일원이 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는 그의 축구 인생에서 제일 애타는 경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나이로 보아 좀처럼 주어지기 어려울 것 같은 대표 팀에 그는 다시 발탁되어 그 영광스러운 경기를 시원하게 치러냈다.

 

그가 국가대표에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99번의 A매치를 치렀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으면서 그에게는 100번째가 참 먼 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축하의 말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선사업 하냐는 비아냥거림도 남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우리 축구에 이바지하고 또 지금도 현역으로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에게 100번의 영광은 좀 더 일찍 주어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는 머리와 다리로 시원하게 골을 선사하여 그 비아냥거림과 나의 아쉬움을 잠재웠다.

 

선수 선발이야 팀을 이끄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지만 A매치의 경우 경기장에 잠시 발만 디뎌도 경기에 뛴 것으로 가록된다는데 그에게 센추리클럽에로의 단 한 번의 기회가 참 어렵게 주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올해 그의 나이 36세라 한다. 아무리 지기관리를 잘 한다 하더라도 다음 월드컵에는 불혹의 나이가 된다. 선수로써의 참여는 요원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코치진의 한 멤버로라도 그에게 월드컵 본선 참여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축구란 사회생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경험자, 비경험자, 노년, 장년, 중년, 청년, 청소년, 그리고 어린이들이 모두 어울려야 좋은 사회가 만들어 지듯이 축구도 운영진과 각층의 선수들이 공격과 중원과 수비에서 서로 잘 어울려야 좋은 경기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이동국과 차두리의 플레이는 노장이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를 잘 알려 주었다 하겠다. 다음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기대된다.

 

2014년 9월 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