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만이 숲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TV 뉴스를 보다 문득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가 얼마나 될까 궁금증이 일어 안행부의 인구 통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2014년 7월 현재 총 인구는 51,250,261이고 그 인구를 수용하는 총 가구 수는 20,606,866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이 8월 22일이니 지금은 51,300,000명이 훨씬 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숲’이라는 것이 있다. 제대로 된 숲에는 크고 작은 나무에서부터 곧은 나무, 휘어진 나무, 온갖 잡풀, 심지어는 가시덩굴까지, 그리고 그 속에는 물도 흐르고 곤충은 물론 해충에 많은 종류의 텃새를 비롯하여 철새들 까지도 어울려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움에도 때로는 해충 때문에 소나무가 죽어가고 때로는 비가오지 않아 잡풀들이 말라죽어 숲의 한 쪽이 망가지기도 하고 산불이라는 놈 때문에 숲 전체가 타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숲의 조화가 깨지기도 하고 또 스스로 복원되기도 한다.
숲을 가꾸는 정원사들은 숲이 망가지려는 조짐이 보이면 그 원래의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온갖 처방을 한다. 사람처럼 약도 주고 수술도 하고 원인도 제거하고 때로는 인위적으로 가꾸기도 한다. 그러나 숲을 가꾼다고 망가진 자리에 한 가지 나무만을 심는 것도 아니며 그런 자리마다 모두 같은 처방을 하지도 않는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각 개체에게 맞는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원사들은 소나무 한 그루를 치료한다고 그 소나무가 완치될 때 까지 숲의 다른 부분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 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숲이 있다. 그 숲에는 오천만이 넘는 각기 다른 개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모두 같은 환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모두 어우러져 숲을 같이 이루어 가는 존재들이며 따라서 숲에 부는 바람은 이 존재 모두를 아우르고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숲에는 특정한 나무 한 그루가 존재한다. 그리고 숲 전체에 불어야 하는 바람은 그 나무에 가려 숲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바람을 받지 못하는 숲의 다른 개체들은 그 나무의 높이만 쳐다보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농토에는 이천 육십만이 넘는 논밭이 존재한다. 이러한 논밭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작물들이 재배된다. 비록 한 가지 작물에 집중하는 농부도 텃밭이라는 것은 다 가지고 있다. 농부는 큰 논밭이건 작은 텃밭이건 다 정성껏 돌보며 콩이 병들면 그에 맞는 약을 쓰고 벼가 병들면 또 그에 맞는 처방을 한다. 씨를 뿌리는 시기가 다르고 거둬들이는 시기가 다르다. 가뭄이 들면 지하수를 개발하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도랑을 낸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산짐승의 피해를 받아 잘 가꾼 밭이 망가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농부는 옥수수 밭에 나타나는 멧돼지 퇴치 방법을 강구 하겠다고 다른 밭 가꾸는 것을 등한시 하지는 않는다.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농부에게는 모두가 같은 논밭이고 귀한 작물이기 때문이다.
숲을 가꾸는 정원사나 밭에 물을 뿌리는 농부의 급수용 호스 끝에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물을 골고루 뿌려주는 꼭지가 달려있다. 그걸 한번 돌리면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수압이 강해진다. 물론 특수한 목적으로 강한 물줄기가 필요한 경우도 생기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숲이나 농토 어디에고 오랫동안 이 한 갈래 물줄기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강한 수압으로 인하여 다른 한 쪽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정원사나 농부는 그 꼭지를 적절히 조절하여 숲이나 토지의 어느 한 부분도 망가트리지 않으면서 전체를 조화롭게 가꾸어 나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숲을 가꾸고 농토를 일구어 나가는 책임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이 꼭지의 사용법을 모르는 듯 하다. 지금 아픈 부위도 돌봐야 하지만 다른 곳에 상처가 나게 해서는 안 될 것인데, 꼭지의 원리를 모른다 하여도 나무 한 그루만 바라보지 말고 숲 전체에는 5천만이 넘는 개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해아 할 것인데, 농토에는 멧돼지 퇴치용 방어막이 필요한 밭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이천만이 넘는 다양한 논밭이 있음을 상기하여야 할 것인데, 나무 한 그루만이 숲을 이루는 것은 아닌데, 멧돼지 방지용 그물만이 온 논밭을 가려 주는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의 이천 하고도 육십만 논밭에 존재하는 오천 하고도 일백 삼십만 개체 중의 하나인 나는 안나타까운 마음으로 숲의 모든 개체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기다린다.
2014년 8월 22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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