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버택시

korman 2014. 11. 26. 13:50

 

 

 

우버택시

 

지금은 아주 먼 옛이야기처럼 생각되지만 내가 도쿄에 처음 갔던 때가 1989년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가끔 그렇지만 그 때만 하여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내가 처음으로 일본을 좋게 느꼈던 것은 공항에서 호텔로 가기 위한 택시를 탔을 때였다. 그 당시 요금은 우리의 그것에 비하여 과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질 국민소득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아니었건만,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그래서 간사하다고 까지 느끼게 하였던 택시기사의 친절함 때문이었다. 우리 택시만 타 봤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의 친절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벌써 10년이 훌쩍 흘러버린 이야기지만 어쩌다 흑인들이 많은 그러나 역사가 깊은 도시 뉴올리언스에 홀로 발을 디딜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역시 시내의 호텔로 가기 위하여 택시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 택시정류장에는 줄을 선 사람들 사이로 어디로 가느냐고 묻고 다니는 한 소년이 있었다. 흡사 그 당시 가는 방향에 맞추어 택시 합승을 시켜주고 기사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이 있던 서울의 풍경과 같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모두가 흑인 기사였기로 내 앞에도 역시 흑인이 다가와 택시 트렁크를 열고는 친절하게 가방을 실어주었다. 그리고는 그 소년을 향하여 한 사람 뿐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시내로 가는 내내 그는 혼잣말로 계속 F자가 들어간 쌍소리를 지껄여댔다. 그 소년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사람을 더 태워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였다.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순간 좀 당황하였지만 호텔에 도착하자 그 흑인 기사의 태도는 180도 달라지고 있었다. 내려서 문을 열어주고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주고 말끝마다 “sir"를 붙이며 서비스를 다 하고 있었다. 손님에게는 택시기사 본연의 임무를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공항에서부터의 안 좋았던 생각은 눈 녹듯 살아졌다.

 

요새 각국에서 ‘우버택시’라는 게 유행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어와 있어 택시업을 하는 분들을 언짢게 하고 있다. 불법이라고 퇴출하는 나라도 있고 합법화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히 불법이므로 단속을 하라고 택시업을 하시는 분들이 모임을 갖고 관계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냥 배달 어플을 가지고 소비자와 통닭집을 연결하여 통닭을 배달시키는 것과 같다. 단지 영업용으로 허가된 것이 아닌 차량을 가지고 우버를 통하여 택시업을 하는 사람들이 불법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우버택시를 이용해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요금은 좀 비싸지만 안전과 서비스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기실 우리 택시는 요금이 오를 때 마다 서비스 개선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뭐가 달라졌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게 없을 것 같다. 자동차가 좋아지고 목적지를 잘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라는 과학적 진전이 있었을 뿐 그 외에 뭐가 달라졌을까?

 

업계에서 표방하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라는 건 자동차의 질도 한 몫이 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객을 대하는 택시기사의 생각이 중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승차거부는 여전하고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요금도 여전하다.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4만원이라니. 승객을 골라 태우거나 짐을 가진 승객에 무관심한 것도 여전하다. 승객은 차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니코틴 냄새가 진동하는 차도 있었다. 모두 최근에 내가 택시를 이용할 때 경험을 하였거나 뉴스를 통하여 들은 이야기다. 물론 국내의 모든 택시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일본택시처럼 친절한 기사의 이야기도 가끔 매스컴을 통하여 소개된다. 짐을 챙겨주는 기사는 만나보지 못하였지만 친절을 아는 기사는 있었다. 차량의 구조적 문제도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 택시들은 차 트렁크에 LPG 탱크를 싣고 다닌다. 그래서 보따리가 트렁크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승객의 짐을 잘 챙겨주려면 차량의 구조변화가 필요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택시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 업계에서는 늘 요금 문제를 거론하였다. 내가 경험한 다른 나라 도시들의 택시요금은 우리와 같이 거리와 시간을 병산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기본을 초과하는 가방 숫자나 타는 인원수에 따라서 일정금액을 할증하는 데도 있었다. 어느 것이 우리 체제에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또한 사납금이라는 기사들의 임금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사업체인 개인택시를 운영하시는 기사분들도 일반택시와 별로 다른 것 같지는 않아 그런 문제들이 서비스에 대한 주된 요인은 아닌 모양이다. 우버택시가 불법이라면 제재를 가 하여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우버택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우리 택시들의 승객과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의 변화 속에 발전이 찾아 올 것인즉.

 

2014년 11월 2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