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아직도 그 연기가 그립다

korman 2014. 12. 4. 20:54

 

 

 

 아직도 그 연기가 그립다.

 

1982년 여름 어느 날, 푹 자고 일어나도 몸은 무척 무겁고 피곤하였다. 담배를 많이 피운 탓인가 싶어 꾹 참고 하루를 버텨봤더니 다음날 아침 신기하게도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그럼 아예 담배 끊기 내기를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사우디의 사막 한 가운데서 옆자리 동료 두 명과 함께 내기가 시작되었다. 한 달을 한 개비도 피우지 않으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고 실패한 사람이 시내의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사는 것으로 하였다. 주위의 다른 동료들은 우리의 즉흥적인 내기에 모두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경마장에서처럼 우리를 이용한 그들만의 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담배 끊는 일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 때 우리 셋은 동료들 중에서, 하루 두 갑 반을 피워 댔으니, 가장 골초에 들기도 하였고 또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담배연기가 위안이 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담배를 끊는다고 자신들에게 이나 해될 일은 없는데도 조롱 섞인 내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기를 시작하고 이틀은 괴로움 속에서 다들 버텨냈다. 그러나 3일째가 문제였다. 외국과의 통신을 담당하고 있었던 나는 그 3일 동안 제대로 된 교신을 하지 못하였다. 들어오는 통신문은 많았지만 니코틴이 들어가지 않는 머리는 뭘 어떻게 회신해야 할지 그저 멍하기만 하였다. 요새 ‘멍 때린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그 상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멍에 더하여 허전한 손가락 사이가 또한 생각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3일째 저녁을 먹고 나자 내기동료 두 사람이 슬그머니 숙소 뒤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쓴 웃음을 지었다. 점심은 다음 월급날 내 결과를 보고 하기로 하고 그들은 시원하게 연기를 뿜었다. 더운 곳이지만 그곳에도 여름은 있고 더위에 더위를 더한다. 갑자기 훅 하고 모래 섞인 뜨거운 바람이 연기를 몰아갔다.

 

동료들의 응원을 받아가며 버티기 10일, 아직 니코틴에서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그런대로 지낼만하였다. 사막에 있는 동안 세계 각지로부터 수입되어 시내 마트에 전시된 모든 담배를 골고루 다 피워보겠다고 작정하였었는데 그 계획은 지킬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은 점점 니코틴에서 탈출하고 머리도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느닷없이 시작한 내기로 하여 금연에 성공하고 이제는 간접흡연을 걱정하며 누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그 자리를 비켜가는 모습이 되었다. 어디에서건, 심지어 시내버스를 비롯한 모든 교통수단에서도, 담배연기가 자유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화장실을 통하여 올라오는 담배 냄새로 하여 이웃 간에 분쟁이 일어나는 요즈음 그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담뱃값이 오른다고 한다. 값이 오르면 흡연자는 줄어들 것이라 하는데 과연 그리 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해되지 않는 것은 현재의 담뱃값이 2004년도에 정한 것이라는데 그간 10년이 흐르면서 다른 물건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왜 담뱃값만 그대로 있을까 하는 것이다. 도대체 담배 한 갑의 원가가 얼마이기에 10년 동안 각종 세금을 제하고도 가격을 유지하며 남는 장사를 하고 있었을까? 지금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상업적 이윤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흡연자를 줄이는 방편이 이유라 하는데 그럼 오르는 금액 전부를 세금으로 거두어 드린다 하여도 오르는 액수에서 원가 상승에 의한 제조사의 갑당 상업적 이윤은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한편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담뱃갑 겉면에 삽입하고 있는 경고성 그림이 배제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그림을 넣는 것 까지 왜 국회를 통과해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 올라도 아직 우리나라는 담뱃값이 싼 나라에 속한다고 한다. 그 보다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흡연자들에게는 더 고욕이겠다. 흡연자들에게도 담배를 자유스럽게 피울 권리가 있음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군중사이를 걸으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줄 속에서, 학교 운동장 같은 곳에서는 금연구역이 아니라도 좀 삼갔으면 좋겠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행위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차창 밖으로 휙 던지는 불이 꺼지지 않은 꽁초는 더욱 그렇다. 산불이나 교통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뭔가 골똘하게 생각할 게 있으면 한 모금 폐 깊숙한 곳에 들이키던 그 연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2014년 12월 2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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