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스마트폰에 나를 잃다.

korman 2016. 3. 17. 21:26

 

 

 

스마트폰에 나를 잃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남녀노소 거의 모든 승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V에서 목디스크나 다른 위험성을 심심찮게 경고하지만 그로 인하여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각자의 전화기에는 수많은 어플들이 깔려있다. 내 전화기에도 지울 수 없는 어플을 포함하여 스스로 깔아 놓은 많은 것들이 있다. 법이 바뀌어 업체에서 깔아 놓은 어플은 필요 없을 때 사용자가 지우게 되어 있지만 스마트폰 구동과 상관이 없는데도 지워지지 않는 게 아직 존재한다.

 

유행하는 어플이라서 혹은 깔아 놓으면 금방이라도 많이 쓸 것 같아서 받아 놓기는 하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어플들이 내게 별로 소용이 없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나는 스마트폰을 처음 가졌을 때와는 달리 그에게 경배하며 고개 숙이고 다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깔아 놓았던 어플을 많이 정리하였다. 깔린 어플이 많으면 메모리만 잡아먹고 또 지울 수 있는 어플은 필요시에 다시 깔면 되기 때문이다.

 

버스나 전철에서는 본의 아니게 옆에 앉은 사람의 전화기를 볼 때가 있다. 본능적인 호기심도 있겠지만 자연스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슨 특별한 어플을 사용하기 보다는 그저 카톡, 게임, 쇼핑, TV 등등에 열중하는 것 같다. 혹간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광고에서처럼 사무실을 옮겨놓은 듯 한 모습은 안 보인다. 하기야 나도 이메일의 첨부서류를 본다고 해당 어플을 깔아 놓기는 하였지만 이메일조차도 그리 많이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 어디 그리 바쁘게 나다닐 일 없고 늘 컴퓨터에 붙어 있으니 스마트폰으로 뭘 하기보다는 컴퓨터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이사를 하면서 몇 십 년 동안을 아침 커피한잔 옆에 놓고 잉크냄새 맡아가며 들추어오던 종이신문을 끊었다. 세상 돌아가는 거야 TV만 틀면 수시로 전해주니 굳이 신문에 기대지 않아도 될 일이기에 내가 종이신문에서 보아왔던 건 칼럼이나 에세이 등이었는데 그것조차도 컴퓨터를 열면 해결되고, 외출시에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니 굳이 종이신문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신문을 안 보면 신문 값도 절약된다. 신문을 끊으며 또 다른 생각은 한 달 신문 값으로 책 한 권을 사볼 수 있으니 그게 더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신문을 끊은 이래로 새로 산 책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에 열중하기 전에는 나들이 할 때 무슨 책인가는 손에 들려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습관적으로 전화기를 바라보는 덕에 책을 멀리한지가 참 오래되었다. 물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것을 읽는다. 그러나 그게 종이신문이나 책처럼 집중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 증후군을 넘어서 그것에 생각을 잃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생활의 편의를 위한 디지털화 보다는 아날로그적 사고와 감성을 잃어가는 손실을 겪는 것이다. 조금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기다림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는 인간적 손실을.....

 

책상 옆에 놓인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초록색 비닐 표지를 한 얇은 책 하나가 지난 세월의 진한 추억을 가져왔다. “성문기초영문법”. 중고등학교를 거쳐 온 사람치고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옆에 꽂혀있는 종이사전들. 지금은 전자사전이나 인터넷 사전에 그 할 일을 빼앗겨 들춰지지 않는 신세가 되었지만 스마트폰에 밀렸다고 결코 내버려질 수 없는 인생의 가치가 한 귀퉁이에 검은 손 때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책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내 시간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 번씩 읽고 책꽂이에 내버려둔, 그러나 많지 않은 책들이지만, 이제 하나 둘씩 책상 위로 올려놓아야겠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16년 3월 17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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