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맛집 이야기

korman 2016. 3. 13. 21:40

 

 

맛집 이야기

 

내 생각일 뿐이겠지만 요즈음 TV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무 먹는데 집착하는 건지, 그래서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그리 많은 것인지, 아니면 돈 별로 안 들이고 인기 프로그램 만들 수 있으니 그리하는 것인지 먹방이라는 프로그램이 각 TV마다 너무 넘쳐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 방송을 포함하여 재방송까지 합치면 좀 보태 이야기하여 하루 종일 먹방을 하고 있다고 하여도 좋을 듯하다.

 

지난 1월인가 S모 방송에 백아무개씨가 소개하는 먹방 프로그램에 충무로 쫄갈비집이 소개되었다. 내 생각에 방송 된지 한 달 가량이 흘렀으니 장시간 기다림 없이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 친구들에게 2월 말 모임에는 그 집에서 모여 보자고 제안을 하고 혹시 상황이 어떨지 몰라 모임 1주일 전에 전화를 해 봤다. 그러나 신호는 가는데 사람의 응답이 없더니 일방적으로 끊어져 버렸다. 전화라는 게 가끔 끊어질 때도 있으므로 다시 한 번 걸어보려는 찰라 핸드폰 문자음이 울렸다. 그 문자 내용이

 

“19일~27일 정상영업. 오전 10시부터 대기표 발행 후 오후 2시부터 대기 순서로 판매합니다. 감사합니다. **식당 쫄갈비”

 

순간 참 황당하다 못해 당황까지 하였다. 그래도 TV에서 유명세 타는 사람이 소개할 정도의 맛집이면 아무리 오가는 사람이 많고 전화문의가 많기로서니 걸려오는 전화를 사람의 응대 없이 기계작동으로 문자가 발송되게 자동전환 시키는 것이 손님 맞는 옳은 방법인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나마 나는 핸드폰을 이용하였으니 문자를 받았지만 문자기능이 없는 일반 전화를 이용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걸고 또 걸었을 것이고 공연히 전화요금만 내버린 경우가 생기지 않았을까?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를 다니다 보면 TV에 소개되었다는 수많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어떤 집에는 공중파 3사 모두 다녀갔다는 사진도 보이고 어떤 집에는 TV에 소개되지 않은 집이라는 현수막도 걸려있다. 내가 사는 동네도, 내가 TV에서 직접 본 것만 3집정도가 있다. 그 중 이번 겨울에 소개 된 해물탕을 하는 집은 추운 날씨에도 방송 후 얼마동안은 손님들이 밖으로 줄을 서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경과하였으니 지금쯤 좀 한가하지 않겠냐고 한 번 가 보자는 아이들을 따라 그 집에 들어서기는 하였으나 첫 인상이 별로 내키는 집은 아니었다. 맛이야 내입에 좀 맞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을 수 있으니 내 맘에 안 든다고 맛없다 할 수 없으나 요즈음처럼 각 방송마다 이런 집 저런 집 다 소개하다가는 전국에 TV 안타는 집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자의 말에 의하면 TV에 소개되고 나서 유효기간은 2개월 정도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다니면서 자주 바라보는 그 해물탕집의 요즈음 모습은 평소대로 돌아간 듯하다. 오늘 그 충무로 쫄갈비집에 다시 전화를 해 보았다. 지난번처럼 기계가 통지하는 문자는 없었으나 벨이 한 열 번 이상은 울린 후에 돌아온 대답은 예약은 안 받고 2시부터 직접 와서 번호표 받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 유명인사가 소개하기 전부터도 이름난 맛집으로 손님들이 많이 기다려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거긴 아직 TV에 나온 효과가 지속되는 모양이었다.

 

아침 인터넷판 기사에 맛집횡포에 대한 이야기가 쓰였다. 제주와 광주 관광지 일부의 예를 들기는 하였지만 카드를 내면 김치를 안 준다던가 음식 나오기 전 현금결제요구, 다른 거 끼워 팔기, 최소 2-3인분 주문 요구 등등 횡포가 너무 심하다 하였다. 난 손님으로 특별대접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통상적인 음식점에서 줄서서 번호표 받고 또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TV에 소개되는 집들이 먹는데 줄을 서 시간을 허비하며 기다려야 할 만큼의 가치 있는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먹방 프로그램의 진정성에도 고개가 갸웃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TV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는 업소의 유효기간은 단 2개월이라는 유경험자의 귀띔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일본 라면집 하나가 미슐랭가이드에 오르자 그 라면을 먹으려면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방송을 보았다. 요즈음 그 유명한 뮤셀링가이드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한다. TV에 맛집으로 소개되고 아무리 많은 손님이 몰리더라도 음식점의 본연의 자세는 음식의 맛 이전에 자기 집을 찾아온 손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진정한 맛집의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6년 3월 11일

하늘빛

음악소스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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