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폐렴예방주사 때문에

korman 2016. 2. 9. 14:56

 

 

 

폐렴 예방주사 때문에

 

작년 늦가을 찬바람이 일기 시작할 무렵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아직 보건소에 가서 무료로 맞을 나이는 안 된지라 일반 병원 중에서 좀 저렴한 곳을 찾아갔다. 약이나 놓는 방법도 같은 예방주사이건만 병의원에 따라 값의 차이가 왜 크게 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비싼 곳에서 맞는 금액이면 세 사람이 싼 곳에서 맞는 가격과 비슷한 차이가 났다. 나이도 들었으니 폐렴 예방주사도 맞아야 좋다는, 특히 집사람은 당이 있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고에 그건 또 얼마인가 물었더니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하나는 싼 거 (23가, 다당질백신) 하나는 비싼 거 (13가, 단백질결합백신).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폐렴주사도 여기가 그래도 제일 헐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싼 것은 1인당 3만5천 여원, 비싼 것은 12만 여원이었다.

 

안내하는 의료진에게 두 가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물었다. 그러자 나이를 보더니만 지금 비싼 거 맞으면 앞으로 평생 안 맞아도 된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일단 집사람부터 맞게 하려고 비싼 거를 고르고 신청서를 썼다. 접수하고 나니 주사를 맞기 전 담당 의사의 사전 체크사항이 있으니 그리 가라고 안내하였다. 그런데 예방주사와 관련된 개인 질문을 하던 그의 말이 좀 이상하였다. 비싼 거를 먼저 맞으면 3개월 후 싼 거를 다시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병원에도 비싼 거를 유도하는 삐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물었다. 내가 비싼 걸 고른 이유는 최초 안내하시는 분이 이걸 맞으면 평생 다시 안 맞아도 된다기에 그리한 건데 그럼 싼 걸 맞으면 어찌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1년 후 비싼 걸 맞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최초 안내자의 설명과는 많이 다르고 일정 기간 후 다른 걸 다시 맞아야 한다면 비싼 걸 먼저 맞고 3개월 후 싼 걸 또 맞느니 싼 걸 먼저 맞고 1년 후 비싼 걸 맞는 게 더 경제적이 아니냐고 하였더니 다른 사람들이 들을세라 그럼 그리하세요 하고 얼른 서류를 고쳐 주사를 놓는 의사에게 보냈다. 폐렴 예방주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던 나는 이러한 행위에 참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주사는 제대로 된 것을 놔 주는지 찜찜하기까지 하였다. 주사를 놔주는 여의사는 내 이야기를 다 들은지라 집사람 주사 맞는 걸 바라보며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내가 먼저 들은 이야기가 맞느냐고. 그녀는 얼른 주사기를 빼고는 솜을 내밀며 한동안 누르고 계세요, 다음 분...그리고는 끝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 의료보험 종합검진을 하기 위하여 지정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거기에 55세 이상은 13가(비싼 거)를 맞으면 평생 다시 안 맞아도 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아! 이건 또 새로운 정보네. 그런데 저 말을 믿어도 되나?”

간호사에게 그걸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한 번 이상한 경험이 있는 나는 이 걸 믿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과 검진을 하는 의사에게 친구들의 경우를 빗대어 내가 경험한 것을 물었다. 그리고 밖의 안내문과도 또 다른데 도대체 어떤 경우가 제대로 맞는 것이냐 물었다. 그러나 그도 자신의 병원에 붙어있는 안내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도 않았으며 내가 한 질문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 “또 맞으면 좋습니다” 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일단 집사람은 싼 걸 맞았으니 도대체 다음은 어찌해야 하나 하다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나 내가 알고자 하는 싼 것과 비싼 것의 추가 접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하였다. 그저 느낀 게 인터넷 포털의 질문이나 지식난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카더라 통신”이나 “할껄, 그럴껄?” 하는 건 좀 올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해로운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며칠 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검토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도우미”를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런 전문기관 홈페이지를 찾지 않은 내 잘못을 탓하며 읽어보니 여기도 내가 접종병원에서 들은 재접종에 대한 정보, 특히 비싼 거에 대한 재접종설명은 없이, 단지 싼 것을 65세 이전에 맞았으면 그걸 5년 후 1회에 한하여 다시 맞아야 하고 65세 이후에는 1회 접종에 한한다는 설명뿐이었다. 그리고 “비싼 거 (13가)는 50세 이상 성인에게도 최근 접종 허가가 났으나 50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권고가 적절한지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라는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참고: https://nip.cdc.go.kr/irgd/index.html, 폐렴구균. 2016년 2월 9일 현재). 그러니 이 국가기관의 설명은 신뢰가 가는 것이므로 이 말대로라면 집사람은 5년 후 싼 거(23가)를 한 번 더 맞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듣고 본 병원의 의사들 설명과 안내문은 어찌된 것일까?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병을 고치기 이전에 신뢰부터 심어주어야 한다. 집사람은 지금 암투병중이다. 따라서 의료진의 지시를 믿고 따라야 한다. 그런데 암 치료에도 예방주사와 같은 설명이 주어진다면 어찌하나 하는 객쩍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016년 2월 9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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