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사기(詐欺)일까?
가끔 뉴스를 들으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때가 있다. 상품을 광고함에 있어 그 상품에 해당되지 않는 것을 광고에 삽입하였다하여 공정위에서 과장광고라고 제재를 가한다고 할 때 그렇다. 통상적으로 없는 것을 있다고 사람들을 속일 때 우리는 그것을 사기(詐欺)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상품에 해당되지 않는 것을 광고 문구에 집어넣는 것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위이고 이것은 과장광고보다는 사기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과장광고란 10% 해당되는 것을 50% 해당된다고 부풀리는 것이지 아주 되지도 않는 것을 된다고 하는 것은 과장광고를 벗어나 사기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는 추위도 막아주면서 유행성 호흡기질환으로부터도 보호해 주니 1석2조라 하겠다. 나도 겨울이면, 특히 기온이 많이 내려갈 때는 마스크를 쓰려 하고 있다. 특히 집사람이 수술 후 감기에 걸이면 안 되기 때문에 나부터 조심해야 하므로 올해도 마스크를 좀 쓰기는 썼다. 그런데 이 마스크라는 것이 안경 쓴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불편한 존재가 된다. 입과 코에서 나오는 김이 순간적으로 안경에 서려 앞이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경에 김이 서려 일시에 뿌옇게 되는 것은 좀 참거나 닦아 내면 되겠지만 길거리에서 마스크 때문에 앞이 막혀지는 것은 불편도 하거니와 위험도 초래할 수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밖에 있는 동안에도 줄곧 쓰고 있지는 못한다.
겨울에 접어들 무렵 뉴스에서 안경에 김을 서리지 않게 하는 마스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게 생각나 약국에서 집사람 약을 챙기면서 물었다. 약사는 진열된 마스크들을 가리키며 마스크 포장 뒷면에 그렇게 쓰여 있는 게 있다고 그걸 고르라 하였다. 마스크 파는 데야 많이 있지만 그래도 약국에서 파는 것은 뉴스에서 접한 대로 되는 것을 팔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일반 마스크 보다는 좀 비쌌지만 여러 가지 중 그래도 더 비싼 쪽이 좀 더 낫겠지 하는 마음에 천원 지폐 두 장을 더 얹었다. 모양이 일반 4각 평면 마스크와는 다르게 입과 코 쪽이 좀 볼록하게 나와 있고 전체적으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설명에는 그런 모양이 안경 김서림을 방지하여 준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웬걸. 김서림 방지는 그저 설명뿐 일반 마스크와 다른 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약국주인에게 항의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었다. 인터넷 같은 것에서 더 살펴보지 않고 약국에서 판다고 덜컥 사서 쓰고 본 내가 잘못이었다. 그러나 길거리 좌판에서 산 것도 아닌데....하는 섭섭함이 일었다.
이 경우 내가 어디 법에 호소라도 한다면 공정위에서 이야기하는 과장광고라 하여야 할까 아니면 사기라 하여야 할까? 하기야 포장을 뜯으면서 어디 입김이 다른 곳으로 나갈 데가 없는데 단지 삼각형 모양이라고 그 문제가 해소될까 찜찜하기는 하였으니 먼저 그런 마스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부터 찾아보지 않고 무조건 사서 얼굴에 씌워놓은 내가 우선은 잘못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되지도 않는 것을 된다고 하였으니 이는 과장광고보다는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후약방문으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서림이 방지된다는 것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김이 빠져나가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들도 내가 사용해 보지 않았으니 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나이에 믿지 말아야 할 게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참 씁쓸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경우 아주 큰 일이 아닌 한 그냥 욕 한 번 하고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은 고소·고발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변호사가 워낙 많고 또 변호사와 상담하는 게 생활화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선진국 사람들처럼은 못 하더라도 사실 공정위에 연락이라도 하는 것이 내 도리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과장광고나 사기성 제품을 없애는 것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설명이 그리 되어있다고 무조건 사지 않기를 바란다.
2016년 1월 6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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