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마꾸도나르도 하무바가

korman 2016. 10. 9. 16:58




마꾸도나르도 하무바가


오늘이 한글날이다. 요새는 공휴일이 아니라 직장인들은 좀 섭섭하겠다. 공휴일이었다면 대체휴일로 월요일까지 연휴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광화문에 계시는 세종대왕님을 뵌지도 오래되었다. 눈에 담겠다고 무턱대고 그곳으로 가지 않는 한 볼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종대왕님을 뵙고 싶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늘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 한글날만 되면 그 뿐께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몇 년 전 모 여대 총장을 지내신분께서 대통령 선거운동 하실 때 우리도 외래어표기를 현실에 맞게 하자며 ‘오렌지’의 예를 드셨다. 그 당시에 그 분은 이 말로 세간에 많은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나는 늘 우리의 외래어 표기가 한글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분의 주장은 실발음으로 적어야 한다며 ‘오뢴지’로 써야 한다고 하신 걸로 기억된다. 오렌지의 발음기호를 보면 오렌지 보다는 오린지 혹은 아린지로 나와 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원어민들에게서 많이 들린 발음은 그 분 말씀대로 오뢴지가 많았다. 뛴다는 뜻의 Run도 우리는 런으로 쓰지만 실제로는 뤈으로 많이 들린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오렌지가 되었건, 오린지, 오뢴지가 되었건 간에 우리 한글은 이를 다 접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외래어 중에 ‘배지’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의 'Badge'를 그리 표기한다. 그런데 한글로 써도 문장의 중간에서 이를 배지라고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무슨 단어인지 아는 사람들은 ‘배찌’ 혹은 ‘뱃지’라 발음한다. 발음기호도 ‘뱃지’로 되어 있다. 이런 단어가 어찌 ‘배지’로 씌어야 하는지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 발음과 같게 혹은 유사하게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의 장점을 무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외래어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의원님들은 무궁화배지를 많이 다신다. 그러나 방송 뉴스 진행자가 배지를 쓰인 대로 읽는다면 우스운 문장이 될 것이다. 진행자들도 이를 ‘뱃지’와 가깝게 읽는다. 물론 우리 단어에도 표기와 다르게 된소리로 읽혀지는 것들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지의 외래어 표기는 받침을 두던가 아니면 된소리 표기가 필요할 것 같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즐기는 것 중에 ‘맥더널드 햄버거’와 ‘코카콜라’가 있다. 한글은 원어민이 들어도 그대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어를 전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영문이 아닌 한글로 그리 써주고 누구 앞에서 읽으라고 하여도 듣는 사람들은 잘 알아듣는다. 표기와 발음이 원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동양 3국에 자기 문자를 가지고 있는 3국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비록 일본은 한자에서 좀 빌려 쓰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냥 인정을 해 주자. 맥도널드를 내가 들은 일본 사람들의 발음은 ‘마꾸도나르도’였다. 이를 카톡에 올렸더니 일어를 공부하는 친구가 햄버거는 ‘하무바가’라 한다고 토를 달았다. 그러니 우리가 원음과 같이 ‘맥도널드 햄버거’라고 정확히 쓰고 읽는 사이 일본인들은 ‘마꾸도나르도 하무바가’라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발음의 차이가 있겠고 그들도 영문으로 읽으면 정확한 발음을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들 문자로 표기가 제대로 안 되니 읽는 것도 그리 될 것이다. 코카콜라를 중국에서는 ‘可口可樂’이라 표기하고 ‘커코우컬러’라 읽는다고 한다. 좀 더 원음과 비슷한 발음이 나는 글자를 넣을 수도 있겠지만 한자는 하나하나가 뜻을 가지고 있으니 잘못 선택하면 아주 우스운 뜻이 되는 고로 그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글은 이렇게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면서도 잘못하고 있는 남의 나라 발음조차도 정확하게 적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서양의 나라들은 모두 같은 알파벳을 사용한다. 나라에 따라 조금씩 변형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알파벳이면서도 나라마다 발음이 다르다. 된소리를 내는 나라들도 많은데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은 글자를 쓴다. T는 ㅌ발음과 ㄸ발음을 공유하고 P는 ㅍ과 ㅃ을 공유한다. 우리에게 있는 ㄲ, ㄸ, ㅃ, ㅉ등과 같은 글자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고유 문자가 없는 인도네시아나의 찌아찌아족이 찌아찌아를 자신들의 발음 그대로 쓰고 읽을 수 있는 문자를 찾다가 한글을 선택한 이유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은 증명된다. 한글의 장점은 어떤 나라 말이나 어떤 의성어도 원음에 가깝게 쓰고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총소리를 Bang Bang 뱅뱅 보다는 빵빵이라 표기하고 그렇게 읽는 게 더 원음에 가깝지 않을까?


고맙다는 말이 있다. 각국 별로 땡큐, 당케, 쎄쎄, 아리가또, 그라시오라스, 그라치에, 멜시 등등 대충 이렇게 들렸다. 이걸 한글로 써서 그대로 각국 사람들 앞에서 읽으면 뜻이 잘 통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 난 Thanks you라는 영어는 알지만 그 외의 말은 어찌 읽고 쓰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글로 적어 기억하였다. 세계 어느 나라 문자가 다른 사람들의 발음을 한글처럼 이렇게 원음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본 도쿄를 그들이 발음하는 대로 도꾜라 표기하지 않는 외래어 표기에 좀 섭섭함을 느낀다. 한글의 장점을 우리가 살리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글로 표기한 위 외국어 발음들이 그게 아니고 이거요 하고 댓글을 다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표기가 틀렸다 하더라도 그 분도 역시 맞는 발음을 한글로 표기 하실 테니 그 조차도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 아니겠나.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문자를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도 영문 알파벳을 빌어다 쓰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 한자에 의존하고 있을까?


2016년 10월 9일 한글날에

하늘빛


음악: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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