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걱정된데이

korman 2016. 10. 14. 16:08




걱정된데이


늘 다니는 동네 도로변에 어린이 집을 같이 운영하는 유치원이 하나 있다. 오늘도 그곳을 지나치면서 다시 그곳 광고판이 붙어 있던 2층을 올려다보았다. 추석 전에 붙여져 있던 게 추석이 한참 지난 여태까지 그 자리에 걸려 있었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보통 때였으면 구태여 2층까지 올려다보지는 않는데 오늘은 추석 전에 본 그 현수막 때문에 고개를 들게 되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그곳을 지나다 우연히 2층을 올려다보았더니 아주 생소한 현수막이 하나 결려 있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OO 추석 (옐로우 데이) 잔치”라 씌어 있었다. 아이들 추석잔치 하는 것은 알겠는데 “옐로우 데이”라는 말은 처음 대면하는지라 그 의미도 모르는데 추석과는 또 무슨 연관성이 있나 궁금하여 길거리에 서서 스마트폰을 열어 찾아보았더니 그 옐로우 데이라는 날이 있기는 있는데 우리의 추석과 전혀 상관이 없었고 날짜도 비슷하지 않았으며 할로윈 데이 같이 아이들의 무서움을 덜어주고 달콤함도 전해주는 놀이도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열고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들춰봤더니 우리나라에는 1년 내내 매월 14일만 되면 무슨 기념일 이름이 붙어 있었다. 몇몇은 국제적으로 혹은 국내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름이었지만 어느 나라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불문명한 것들이 많았다. 대체적으로 청소년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기념일이라 하여 “포틴 데이(Fourteen day)”라 한다는데 옐로우 데이는 5월 14일로 4월 14일인 블랙 데이까지 이성 친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5월 14일에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카레를 먹어야 독신을 면한다는 내용이었다.

 

혹 외국에도 이런 날이 있나하여 구글과 야후를 찾아보았다. Yellow day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자 각 나라별로 그런 이름의 행사가 있기는 있었지만 우리와 같이 14일에 찾아오는 정기적인 기념일은 없었다. 또한 행사의 의미도 우리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여행과 문화 전문매체, Matador Network의 프리랜서 기고가가 Tara Lowry라는 여자가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2013년 2월에 한국 젊은이들이 외국과는 달리 즐기는 매월 14일 기념일에 대하여 커다란 짜장면 그릇과 함께 올린 기사가 가장 흥미를 끌었다. 외국의 엘로우 데이는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노란색이 뜻하는 의미에 맞추어 테마를 정하거나 교육의 목적으로 노란 옷을 입고 특정한 날을 정하여 옐로우 데이라는 이름으로 봉사를 하거나 행사를 하거나 교육을 하는 날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5월 14일이 주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현수막에는 또 조그마한 글씨로 레몬청 만들기, 송편만들기, 추석놀이도 씌어 있었다. 따라서 레몬청이 노랗고 또 노란 송편을 만드느라 우리의 그 정해진 날과는 상관없이 외국에서 하는 대로 옐로우 데이라는 명칭을 추석에 넣어 행사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였지만 우리나라의 엘로우 데이가 주는 의미가 자꾸 생각나 뭔가 좀 찜찜해지는 느낌이었다. 교사들도 우리나라의 이런 기념일을 알고 있었을 텐데 교육목적으로 서양에서 행하는 테마교육을 위하여 사용하는 옐로우 데이라는 명칭이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5월 14일에 즐긴다는 행위를 생각하여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이름을 고안하여 행사를 하였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자에 와서 무엇에나 가리지 않고 ‘데이 ’라는 영어를 붙이고 있다. 매달 14일 기념일 및 여학생들이 날씬하게 키 크자고 하여 정하였다는 뻬뻬로 데이 같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찜질방 데이(1월 19일-119), 인삼 데이 (2월 23일-발음이 2.3비슷해서), 삼겹살 데이(3월 3일-33), 참치 데이 (3월 7일), 오이 데이(5월 2일)....애플 데이(10월 24일-사과, 화해의 날), 하다못해 추어탕 데이에서 유기농 데이까지 수도 없는 데이가 탄생하고 있다. 대부분이 어떤 상품이나 물품의 한글이름 뒤에 “데이”이를 붙이는 형식이다. 거의 모두가 지자체나 각 단체에서 앞장서서 마케팅 형식으로 만든 날이다. 이런 데이를 정한다고 내가 크게 탓할 일은 아니지만 각종 한글 뒤에 ‘날“을 붙이면 더욱 자연스럽고 외우기도 좋은 것에 까지 마구잡이로 데이를 붙이는 행위는 좀 비난 받아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그나마 달력에 표기된 국가가 정한 기념일은 ”데이“ 대신에 ”날“이라 표기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경상도 분은 이러지 않을까? “이러다 한글날이 한글 데이 될까 걱정된데이.


2016년 10월 14일

하늘빛


음악:유튜브

참조:http://matadornetwork.com/abroad/the-14th-of-every-month-in-south-korea-is-         a-holiday/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23170&cid=50221&categoryId=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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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afe.naver.com/lscourse/7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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