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4월의 봄

korman 2017. 4. 2. 14:43




4월의 봄


동녘으로 난 창문에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4월의 첫날이다. 어디서 어떻게 전해진 것인지 그게 시작된 서양에서도 분명치 않다는 ‘만우절’이라는 것이 들어와 4월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어 시작부터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달이 되었다. 사전을 찾았더니 만우절의 한자를 우리와 일본은 萬愚節이라 쓰고 중국은 愚人节이라 쓰는 것을 보니 이것도 일본을 통해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풀이가 아니라도 각종 거짓말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날이라니 서양에서도 이를 April fool's day라 일컬어 4월의 바보날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왜곡되게 받아들여 112나 119등에 전화를 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위급전화에 거짓말을 하면 범죄로 취급한다고 하였을까. 속는 사람이 바보인지 속이는 사람이 바보인지 그로인해 사회 전체가 바보가 되겠다.


4월의 시작은 목련꽃 그늘에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고 하였다. 그런데 목련은 나뭇잎이 나기 전에 화들짝 피었다가 또 그렇게 져 버린다. 책을 읽을 만큼 한가한 꽃그늘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시인은 그리 적었다. 아니 베르테르의 슬픈 마음을 시인은 그렇게 화들짝 피었다 져 버리는 목련꽃의 단명에 비유하여 그 슬픔을 같이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의 시인은 그의 서사시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읊었다. 그런데 그 첫째 이유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기 때문이라 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면 4월은 겨울을 지내온 동토를 깨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되어야 함에도 1년 열두 달 중 가장 잔인한 달이라니 참 이해가 안 가는 시인의 마음이다. 누군가는 4월의 봄은 봄이라 부르기에는 어정쩡하여 차라리 잔인하다고 하였다고 해석 하였는데 황무지에서 라일락 피는 것이 잔인하다고 느꼈으면 그도 라일락 그늘에서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


절기를 따진다면 우리나라에서 4월은 중요한 달이기도 하겠다. 헌 불을 끄고 새 불을 일으켜 사용하고 조상님을 생각하며 찬 음식도 먹고 농사의 시작인 밭갈이를 하고 나무를 심으며 못자리를 만드는 절기가 모두 4월에 들어 있으니 이야말로 겨울의 입장에서는 자기 영역을 깨우는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4월은 사람과 산과 들이 모두 새로이 깨어나는 그래서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생명의 달이라고도 하겠다. 그 반면에 4라는 숫자는 우리가 그리 반기는 숫자는 아니다.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층수를 표시하는 4라는 숫자 대신에 영어 알파벳의 첫 머리인 F를 쓴다. 할아비 집으로 오르던 승강기 안에서 층수를 세던 손녀아이가 3층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멈칫하던 모습이 승강기를 타면 늘 생각난다. 왜 4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나이라 설명할 합당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4라는 숫자를 싫어해서 그렇다고 하였지만 왜 4를 싫어하느냐는 후속질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난감하다.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 F가 4로 변할런지.....


영어의 4월은 April이다. 이 단어의 어원도 만우절모양 참 다양하다. 그 중에서 사람들은 ‘사랑’이 들어간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는지 그리스 신화속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나왔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4월에 쓴 편지는 아니라도 베르테르는 남의 여인을 사랑한 슬픔을 그렇게나 많은 편지에 담았고 후세의 독자들은 4월의 목련꽃 아래서 그의 편지를 읽으며 감상에 젖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내 사랑은 아니지만 이루지 못하는 남의 사랑이야기라도 그게 나를 슬프게 하니 그 또한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4월은 봄이라 하면서도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의 잔재가 조금은 매섭게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 같은 평인에게는 편지를 읽어도 목련꽃이 되었건 라일락꽃이 되었건 그늘보다는 양지바른 잔디밭이 4월을 느끼기에 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집근처 산책로를 걷던 친구가 노란 개나리꽃 한 다발을 사진에 담아 카톡에 실어 보냈다. 나도 어딘가에 있을 우리 동네 4월의 봄을 찾아 카메라를 들어야겠다.


2017년 4월 1일

하늘빛 

http://blog.daum.net/ri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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