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욱 속에 고이는 봄 아날로그의 정겨운 뱃고동도 없이 스피커속 여인의 디지털음이 끝나기도 전에 회오리를 일으키며 항구를 밀어내는 신식 쾌속선은 차라리 바다 위를 미끄러진다 해야 했다. 조금은 간유리 같은 해무속인 듯 분무기로 뿌려놓은 우유속인 듯 파도조차 무심한 바다 끝 수평선은 제 빛을 잃어버린 하늘의 끝자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너무 먼 길을 달려와 여태 남녘에서 쉬고 있음인지 바다에 젖어 무거워진 겨울의 솜옷을 뭍으로 올리기 힘들었음인지 봄은 아직 솔밭에 오르지 못하였다. 모래밭가로 밀려오는 잔파는 바다도 호수인양 찰랑일 수 있다는 것을 보이듯이 소리도 없이 부서지며 흰 거품을 모래위에 뉘였다. 여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람은 겨울과 봄의 중간계에 서성이는 듯 솔잎사이를 살며시 또 살포시 오가며 해변의 가녘으로 봄이 다가와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시린 겨울 바다의 얼음장을 밀어내고 무거운 코트의 단추를 풀며 누군가의 부지런한 발자욱으로 백사장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 속에 봄은 고이고 있었다. 수면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숭어의 힘찬 도약처럼 봄은 한껏 눌려진 용수철을 퉁기기 위하여 굽혔던 무릎을 펴는듯 보였다. 봄은 거기에서 그렇게 일어나고 있었다. 2017년 3월 25일 친구들과의 덕적도 여행에서 하늘빛
|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두가 내 탓이거늘 (0) | 2017.04.08 |
---|---|
4월의 봄 (0) | 2017.04.02 |
맞춤법 - 그대도 자유를 원하시나? (0) | 2017.03.22 |
내가 나를 모르는데 (0) | 2017.03.15 |
신도림역 4번 플랫폼에 밤비가 내리면 (0) | 2017.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