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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 한옥마을 나들이

korman 2017. 4. 24. 11:40




결혼기념 한옥마을 나들이


KTX를 타면 1시간 20분 걸리는 곳이 무궁화호는 3시간30여분 걸린다고 하였다. 그래도 난 아침 무궁화호를 택했다. 비즈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 생활권을 체험하는 것도 아닌 내가 그리 급하게 다녀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 오랜만에 하는 철도여행에 차창 밖으로 흐르는 봄 풍경을 느끼려면 좀 느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고 집사람과 나란히 앉아 봄 속 산야를 감상하는데 3시간30분이 긴 시간은 아닌 듯싶었다.


아침 KTX를 타고 한옥마을 산책하고 전주명물 콩나물밥과 비빔밥으로 점심 저녁 먹고 다시 KTX로 올라오면 충분하니 결혼기념일 나들이 하라고 차비와 밥값 챙겨 넣은 봉투를 아이들이 건넨 지가 한참 지났어도 집사람 감기 때문에 미루다 18일에야 기차를 탔다. 인터넷으로 차표를 사고 전주시내 교통편을 체크하고 음식은 어디에서 뭐로 할지 메뉴까지 선택하고 관련 지도까지 모든 자료를 책상 앞에서 일시에 해결하고 나서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끼며 좀 더 세월이 흐른 후 모든 물체를 순간이동 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상상을 해 보았다. 그 때가 되면 한옥마을 전체가 세계 어디에서도 전시될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함께.


할 필요 없으니 갈 때는 천천히 가고 올 때는 KTX를 타면 1일 여행비용으로 1박2일 여행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마침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관광호텔이 비수기 평일이라 한옥숙박의 반값도 안 되는 금액에 하룻밤을 재워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 지갑 열지 않고도 차표에서 남은 돈이 호텔비로 가능하였다. 그렇게 해서 멋진 기와집이 기차역사인 전주역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30분이었다. 미리 체크한대로 역사 건너편 유명하다는 00옥 역전점에서 콩나물국밥을 점심으로 시켰다. 전국에 체인점이 수도 없이 많아 맛이 어떨까 하였는데 본점이 아니라 그런지 우리 동네의 그것과 비교하여 별로 감흥이 느껴지는 맛은 아니었다. 어쨌건 그리 점심을 들고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랐다. 오후시간은 전주에서 가까운 김제의 금산사를 가보자 하였기 때문이었다.


부처는 없고 미륵을 모셨다는 금산사, 미륵을 자청하던 후백제의 견훤이 유배되었던 사찰이라는 사전 지식을 가지고 돌아본 그곳에는 관광버스로 투입된 아줌마들의 소음으로 하여 빗방울이 떨어지는 산사의 정적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행이도 굵어지는 빗줄기에 그 소음은 잦아들고 우산은 가져갔지만 바람을 동반한 비를 잠시 피하고자 들어선 가람의 처마 밑에서 빗소리에 섞여 울리는 청아한 풍경소리는 비가 잦아든 한 참 후에야 나를 처마에서 나오게 하였다. 절에서 절을 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난 사찰에 가면 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가람의 처마 끝에 달려있는 풍경소리를 좋아한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그리고 때로는 자주 또 때로는 가끔 울리는 풍경소리는 인생의 오고감과 삶의 굴곡을 들려주는 듯하다. 방문객들의 소음이 많은 절에서도 풍경이 걸려있는 가람의 처마 끝에서는 소리의 교요가 일어난다.


호텔체크인을 하는데 리셉션에서 일본인이 나를 맞았다. 왜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한옥마을에 와서 일본인이 맞아주는 호텔에 투숙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저녁은 인터넷에서 적극 추천한 떡갈비집, 아 그런데 웬일로 떡갈비에서는 공장에서 나온 맛이 났다. 내가 떡갈비의 진수를 모르겠지 하며 상을 비웠는데 집사람은 저녁 내내 그 떡갈비에 의한 생목이 오른다고 투덜거렸다. 다음날 아침은 역시 알아준다는 집의 콩나물국밥. 우리 동네 그것보다 맛있었고 전날 점심보다 훨씬 좋았다. 더불어 모주 한 병(작은병으로)하고는 경기전을 찾았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어진을 모신 곳과 어진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내 성의 본이 전주이니 나의 최상위 할아버지를 만난 것이다. 한옥마을 길거리의 북적댐과는 달리 고궁같은 그곳에는 담임선생님에게 이끌려온 초등햑생 40여명만이 어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나도 그 뒷자리에서 도둑공부 좀 하였다.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들을 미리 다 체크하고 들어선 한옥마을이었기 때문에 이 거리 저 골목을 헤매고 다니지 않고도 그저 집사람과 팔짱끼고 느긋하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한옥 숙박체험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저 한옥지붕에 상점과 식당뿐이니 자세히 보고 자시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이름에서 전통한지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곳인 줄 알고 찾아간 곳이 그저 한지를 파는 일반 판매점이었고 한국전통주 박물관이라 하여 우리 전통주들을 만드는 과정이 설명된 곳인 줄 알고 찾아간 곳은 그저 간단한 소주고리 정도를 전시하고 전국의 전통주들을 판매하는 곳이라 실없이 웃기도 하였다. 평일이었지만 그곳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 전국에서 몰려온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외국인들까지 어울려 말 그대로 치이는 게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연초에 인터넷에 올려진 유명한 비빔밥집의 비빔밥 값이 그새 2,000원이 올라 있었다. 

20% 가량이 오른 금액이었다.


전주성은 일제강점기에 일본X들이 모두 헐어냈다고 한다. 그곳에서 나온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정동성당을 지었다고 했다. 정동성당은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자리에 지어진 천주교 성지라고 한다. 성당의 설명에는 그런 건 기술되지 않았지만 인터넷 백과에 기술된 순교자들의 행동은 유교를 숭상하던 시절 사회적 통념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에나 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게 마련이니까 지금에 와서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겠지만.


진주성의 4대문 중에 하나 남은 풍남문을 바라보며 성과 성문을 왜 모두 헐어버렸냐고 당시 일본X들에게 묻는다면 무슨 해괴한 답이 올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전주역행 버스에 올랐다. 


느긋하게 즐긴 마누라와의 1박2일 데이트였다.



18일, 영등포(무궁화호) - 전주역 - 점심 현0옥(콩나물국밥) - 금산사 - 호텔 -저녁 - 

         늘0움 떡갈비정식 - 덕진공원산책 - 호텔

19일, 호텔 - 전주객사 - 아침 왱0집 공나물국밥+모주 - 경기전 - 최명희문학관 - 전주          전통한지원 - 전통술박물관 - 오목대 - 전주공예품전시관 - 점심 한0관 비빔밥 -          정동성당 - 남부시장 - 풍남문 - 전주역(KTX) - 광명역 - 인천 - 집


2017년 4월 23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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