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아쉬움과 후유증이 남는다

korman 2017. 4. 21. 18:26




아쉬움과 후유증이 남는다.


자화자찬이 아니라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 쪽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분야에서까지는 아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술이 외국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데 대한 전체적 구상이 좀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요구와는 좀 다른데서 나오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천에 살다보니 내가 주로 이용하는 전철역이 동인천역이다. 서울 나들이를 할 때면 우선 집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여 급행전철시간을 체크한 후 적절하게 맞추어 집에서 출발한다. 동인천역에는 승강장을 사이에 두고 서울방향 왼쪽에는 완행열차가, 오른쪽에는 급행열차가 도착한다. 그리고 승강장 지붕아래에는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달려있다. 현재시간, 열차의 도착알림, 철도청 관광상품 광고, 자화자찬 등등 많은 정보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몇 분 사이로 수시로 오가는 완행과는 달리 급행의 경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뜸하게 다닌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는 급행의 출도착에 대한 시각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승객들에게 꼭 필요한 열차시간은 전광판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수시로 반복되는 많은 정보들 중 “용산행 다음 급행열차는 몇 시 몇 분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전광판이니 컴퓨터프로그램으로 통제될 테고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급행의 시간표도 안내될 수 있을 텐데 그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줄 모르던가 계단 내려와 한쪽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프린트 된 A4사이즈 종이가 붙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다음 급행이 언제 있는지 알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몇 년을 기다려도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다. 시간이 되면 오로지 ‘지금 용산행 급행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만 고집스럽게 반복된다.


외국에 사는 친구가 국내에 들어오면 오래 거주할 곳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거소증’이라는 걸 받았다. 내국인 주민등록증 모양을 하고 있다. 거소증번호도 숫자 사이에 줄이 하나 들어간 주민번호 모양과 같다. 달포 전에 왔던 이 친구가 거소증 유효기간이 다 됐다고 연장신청을 어찌하는지 출입국관리소에 전화를 해 보더니 그곳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방문예약을 먼저 해야 한다고 나에게 예약을 부탁하는 고로 접속하였더니 거소증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왔다. 시키는 대로 하였건만 대답은 ‘외국인등록증번호는 13자리이어야 합니다’라고만 계속 나오고 더 이상 진전이 안 되었다. 외국인은 그렇다 치고 교포들의 거소증번호는 어찌하라는 말이 없다. 샘플동영상을 보라하여 봤더니만 그것도 구형 버전인지 나오는 화면과 일치하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 한참만에야 연결된 사람과의 통화에서 대답은 간단하였다. 숫자 사이에 들어간 줄을 빼고 입력하란다. 대답하는 사람도 자신이 없었던지 자기가 먼저 해보겠다고 번호를 대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된다고 그리 하라고 하였다. 예약을 마치고 화면을 바라보며 번호 입력하라고 요구하는 줄에 교포들은 거소증번호 숫자사이에 있는 줄을 빼고 숫자만 입력하라는 한 줄 설명을 덧붙였으면 전화를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지가 한 달이 지났지만 글쓰기 전에 찾아본 그곳은 변화가 없었다.


인천시 관할에는 섬들이 많다. 그리고 그 섬들을 찾아가는 여행객도 많다. 모두들 섬으로 가는 배편과 섬내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물론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장시간 뒤지다 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덕적도 여행을 위하여 배표 예약에서부터 모든 것을 책상 앞에서 해결하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좀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적절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 섬들을 관장하는 인천시 홈페이지에는 섬관광 안내 메뉴가 있다. 만일 그곳에 해당 섬으로 가는 배편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를 바로 링크시켜놨다면 필요한 사이트를 찾으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주여행을 위하여 철도청 예약 사이트에서 차표를 구매하였더니 차표를 어떻게 받겠냐고 물어왔다. 스마트폰으로 받으려면 '레일톡‘이라는 어플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자막이 나와 그냥 프린트 하겠다고 프린트 단추를 눌렀다. 그리고는 “아차! 내 프린트는 잉크가 없지”하는 생각이 났다. 스토어를 뒤져 어플을 깔고 프린트를 레일톡으로 받겠다고 수정을 하려고 아무리 메뉴를 찾아도 그런 건 없었다. 그래서 레일톡을 이용하여 다시 홈페이지에 접속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ID를 넣고 비밀번호를 넣어 몇 번을 접속하여도 내 예약사항은 뜨질 않았다. 분명 컴퓨터로 접속하면 상세하게 뜨는데. 그래서 전화를 하였다. 거기도 기계음을 한참 듣고 나서야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답은 간단하였다. 컴퓨터로 접속하는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어플로 접속하는 홈페이지가 호환이 되지 않아 자료가 각각이 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차표를 받으려면 해결책이 뭐냐고 물으니 컴퓨터로 예약한 차표를 취소하고 레일톡으로 다시 예약하라는 대답이었다. ’앓느니 죽지‘라는 속담이 있다. 결제까지 다 했는데 차표 취소하고 카드결제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고 또 결제하고....... 그냥 큰아이에게 ID와 비번 가르쳐주고 프린트해오라 하였다. 레일톡으로 받지 않고 프린트 단추를 누르면 나오는 차표를 화면 캡쳐한 것은 유효하지 않다고 자막이 나오는 고로.......스마트폰으로 받는 차표와 그게 그걸 텐데.


사람의 생각이 각각이니 내가 느끼는 것들은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하여도 이런 것들은 좀 개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후유증이 남는다.


2017년 4월 20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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