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5월의 연휴

korman 2017. 5. 2. 18:15




5월의 연휴


봄옷은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했는데 반팔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급히 올랐다. 세월이야 늘 그렇게 가고 오는 것이니 벌써 5월이 되었다고 타령할 것은 못되지만 짧은 봄에 5월이 여름 같으니 계절타령은 절로 나온다. 동네 공원에 가보면 양지바른 곳에는 봄꽃들이 다 지고 있는데 그늘지고 주위 건물사이로 골목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아직 꽃망울이 터지지도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순서대로 피고 지고해야 하는 꽃들이 기온의 변화로 요새는 자기 차례를 잊고 모두 한꺼번에 핀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니 봄옷과 여름옷이 구별될 리가 없다. 


4월말에서부터 5월의 첫 주말까지는 내내 휴일의 연속이다. 물론 샌드위치가 되어 긴 연휴를 위해서는 개인휴가가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예 전 직원에게 단체휴가를 준 회사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시작되면서 가족과 함께 긴 휴가를 즐길 수 있으니 5월이 좋은 계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 보통사람들이 다 즐기는 긴 휴가를 먼 산 바라보듯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경제적인 면도 작용을 하지만 자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의 사정, 특히 다른 사람들을 편히 쉬게 사회를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연휴가 길어지면 늘 공항출국장이 신기록을 세운다고 한다. 불경기 불경기 없다 없다 하는데 연휴에 미어지는 자동차 도로와 공항은 불경기와는 상관없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떠 있는 “빨간 날을 못 즐기는 노동자냐?”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 주관적으로는 위로보다는 선동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선진국이라 해서 모두가 휴일을 같이 즐기지는 못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그렇다. 사회구조가 그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휴일을 같이 즐기려면 국가와 사회가 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가 같이 휴일을 맞으면 그냥 자리에 앉아서 쉬기는 하겠지만 사회는 암흑이 될 테니 쉬는 게 고역이 될 것이다. 전기, 수도, 교통 다 마비되어야 한다. 말 한 마디면 다 되는 김정은이 사회에서도 그리되지는 못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쉬는 날에 못 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나 사회적인 구조 때문만은 아닐 텐데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기사나 전문가의 말은 참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쉬는 날에 같이 쉬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오죽하랴. 그 가족들도 때로는 그런 환경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사실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관심을 끌 수도 있다. 또 글이라는 게 객관적인 면 보다는 쓰는 사람의 주관적인 면이 많이 작용을 한다. 그렇다고 해도 휴일에 다 쉬는 남들과는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면을 내보이기에 앞서 5월 한 달이라도 “그대들이 있어 우리가 편한 휴일을 보낸다”고 고마움과 위로의 글 한 구절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는 하지만 휴일과 기념일이 많을수록 주머니 손 집어넣어야 하는 날도 많아지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고민의 달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유행가가사처럼 가로등조차 졸고 있는 밤에도 나라와 사회와 직장을 지키는 그 누군가 때문에 내 휴일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런 저런 분들에게 따뜻한 글 한 줄이 더욱 필요한 달이기도 하다 하겠다.


어떤 케이블 방송에서 해외 바닷가에 식당을 차려놓고 매일의 식당 표정을 담아 금요일 밤에 방송하고 있다. 재미있다. 그 식당에 들르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서양인들이기는 하지만 참 여유로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신문기사에 “그들의 여유가 부럽다”는 제목이 달려 나왔다. 나도 그들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그런데 난 그들의 경제력과 시간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가하게 쉬는 방식이 부러웠다. 하루를 쉬던 이틀을 쉬던 우리가 어디 휴가를 가면 그들처럼 그리 한가하게 다니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책 한 권 들고 한적한 해변 그늘의 해먹에 흔들거리는 휴가를 보낼 수 있는지, 그들처럼 소위 멍때리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휴가지에서도 스스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적한데 찾다가 결국은 복작거리는 데로 걸음을 옮긴다. 해운대의 파라솔 수 가지고 기네스북에 오른 건 자랑할 만 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변의 여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파도조차 바라볼 수 없는 해변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 식당에 지금까지 몇 주가 지나도록 한국인들은 하나도 안보인 것 같다. 인터넷 기사가 그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부러워하는 게 그들의 경제력과 시간적 여유가 아니고 한가한 휴가방법이라면 그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비록 짧은 휴가라 할지라도 휴가의 여유로움은 본인이 만들기에 달렸으니까.


가정과 사랑의 달이라니 모두에게 여유롭고 행복한 5월이 되기 바란다. 


2017년 5월 1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