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680포어치 핸드백
동계올림픽 개막이 내일로 다가왔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를 하나씩 깨뜨리려는 각본을 누가 짰는지 돼지 같은 꼴통 옆에 머리 좋은 보좌진 몇몇은 있는 모양이다. 방송을 보자하니 어떤 이는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참가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글쎄 누가 못 오게 한 것도 아닌데 과연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내 생각은 우여곡절이 아니라 그들은 이미 평창에 오기로 계획을 세우고 어찌하면 남는 장사를 할까하고 각본을 써 놓고는 그 각본대로 남쪽을 관객으로 평창이라는 무대에 연극을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엊그제 북한예술단이 왔다. 지난번에 공연장 사전답사를 왔던 ‘현송월’이라는 여인이 예술단을 이끌고 또 왔다. 판문점에서 사전 회담을 할 때 그녀가 들고 있던 핸드백이 화제가 되었었다. 지난 인터넷 기사를 찾아봤더니 그게 2,500만원이나 한다고 했다. 돈을 그만큼 짊어지려면 어깨가 역도선수만큼은 강해야 할 것 같은데 그녀는 가뿐히 한손으로 들었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던 것은 그 회사에서는 자기네 제품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요새는 또 자기네 제품인 것도 같다고도 한다고 한다. 무슨 회사가 자기네 제품도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내가 생각한 것은 그게 그 회사 제품이 아니라면 브랜드짝퉁을 속아서 샀거나 누군가가 외국에 갔다가 짝퉁 브랜드를 뇌물로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선물을 한 사람이 김정은이 아니라면 누군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여인이 다시 왔다. TV의 그림을 보니 목도리와 옷은 지난번 사전답사 왔을 때와 비슷해 보이는데 핸드백이 달랐다. 그 유명한 “샤ㄴㄹ‘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이 지났다고 하는데 700만원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는 우리에게 보여준 핸드백만 2개에 3,200만원어치나 된다. 자기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것인지 남쪽에 보여주기 위하여 당에서 코디해주는 대로 하고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탈북자들의 사연과 너무나 동떨어진 차림새에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 난 그 핸드백의 값을 들으며, 북한 당국자들과 다 사전 협의가 되어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개인이 소지한 것을, 특히 그 값에 대하여 북한 고위층에서도 이번에 알았다면, 그녀의 남쪽 임무가 끝났을 때 아무 일도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TV영상에 현송월 일행이 평양을 출발하며 김정은이의 동생 ‘김여정’의 환송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현재 북에서 김여정의 실권은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어린 김여정이 앞에서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현송월의 어깨에는 어제 우리에게 보여준 비싼 핸드백은 없었다. 만일 김여정이가 현송월이 자신과 인사를 나눌 때는 자신을 의식해서 일부로 다른 것(값싼)을 메었고 남쪽에 와서는 보란 듯이 그 비싼 걸 메고 나왔다고 생각한다면 핸드백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림픽 개막식에 북한에서 ‘김여정’이를 보낸다는 통지가 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기자님들은 또 그녀가 무슨 핸드백을 메고 왔나에 관심을 둘 것이고 현송월이의 그것과 틀림없이 비교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여정이 입장에서는 현송월이 보다는 좀 더 나은 핸드백을 메어야 하고, 현송월이 2,500만원짜리를 선보였으니 그녀는 그 이상 가는 것을 메고 와야 할 텐데, 만일 남쪽에서 비교를 당하여 자신이 핸드백에서 현송월이에게 뒤졌다고 한다면 돌아가서 어떤 마음으로 현송월이를 대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김여정이는 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라 한다. 현송월이 가진 것이 그녀를 뛰어 넘고 있다면, 그래서 비교가 된다면, 그녀의 마음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현송월이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권력자이다. 그리고 그곳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북한이다. 무슨 일이 있던 내가 염려할 일은 아니지만 사전에 교감이 없었다면 현송월이도 지금 ‘긁어 부스럼 만들었나’하는 걱정거리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국내 소매가로 계산하였더니 현송월 핸드백 2개는 우리 20kg 쌀로 계산하면 680여포의 값어치가 된다. 우리 쪽에는 이 보다 더한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만일 사회 지도층 인사가 노출된 장소에 그런 가치의 핸드백을 들었다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된다. 북한이라는 데는 워낙 폐쇄된 곳이라 일반 국민들이 알 수도 없겠지만 김일성이가 외치던 ‘전 인민에게 이팝에 고깃국’을 아직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에서 지도층 인사의 쌀 680포어치 개인 핸드백을 어찌 이해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현송월이나 김여정이 보다는 그들이 하는 연극에 너무 도취되는 관객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의 연극은 그저 위험한 놀음을 포함한 연극일 뿐이니까.
2018년 2월 8일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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