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마음을 들키지 말자

korman 2018. 1. 18. 19:54




마음을 들키지 말자


사람 개개인의 심리 변화는 타인이나 사물에 의하여 조정이 된다고 한다. 물론 개인 스스로의 조절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스스로의 변화보다는 나 외의 다른 것에 의하여 내가 조절된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리변화에 따라 각자에게 주어지는 행동이 잘못되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매장에 음악이 나올 때가 있다. 그 음악은 시간대 별로 다르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어떤 때는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다가 또 어떤 때는 좀 템포가 빠른 음악이 나오기도 하였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 모두가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여 매출에 도움을 주는 음악형태를 선별하여 매장으로 흘려보낸다고 하였다. 차분한 아침시간대가 다르고 매장을 빠르게 순환시켜야할 오후시간대가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니 고객들은 매장에 의하여 쇼핑에 대한 심리상태가 제어된다고 하여도 되겠다.


TV의 홈쇼핑채널을 보면 늘 사람의 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 같다. 중요한 상품마다 시간이 얼마밖에 안 남았다는 둥 정해진 개수가 몇 개 안 남았다는 둥 이번 기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둥 등등 사람의 마음을 급하게 만드는 온갖 문구는 다 동원되는 것 같다. 그래서 완판이 되었다는 상품은 또 다음에도 그런 포맷으로 다시 판매되고 그 홈쇼핑 채널과 연계되는 인터넷 쇼핑에는 완판되어 못 팔아야 하는 그 상품을 계속 주문받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기가 시청하고 있는 홈쇼핑 채널의 그런 호객행위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것 또한 홈쇼핑채널에 의한 자기 통제의 상실이라고 해야 하겠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참여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애를 쓰고 있다. 스포츠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하겠다. 그런 평화는 상대방도 무리한 조건을 달지 말고 같이 애를 쓰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참석을 안 해도 그만이지만 잔치를 준비하는 우리 쪽에서는 그들이 참석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라 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스포츠의 제전에 선수단 보다는 예술단이나 응원단을 먼저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주요 방송매체들은 선수 참가는 뒷전이고 그 예술단을 가지고 연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흡사 무슨 통일의 선봉꾼이라도 오는 양, 아니면 무슨 신비주의 사절단이라도 맞이하는 것처럼 ‘카더라’통신을 앞세우며 뉴스를 예능프로그램화 하고 있다. 


회담에 임하는 당국자들이나 방송매체의 전문가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국민들도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들이 김정은이의 친위대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들의 웬만한 활동은 유튜브를 통하여 다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대하는 사람들은 다 보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평화를 가져다주는 사절단이 아닌 바에야 온다고 하면 그냥 무덤덤하고 평범하게 맞으면 될 일을 너무 떠들어댄다. 상대에게 마음을 들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심리전일 텐데, 우리가 너무 앞서는 것 같다. 우리의 패를 그들에게 읽히거나 우리의 급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당국이나 언론이나 좀 진중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까?


상대는 말도 꺼내지 않는데 우리는 공동입장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어제 회담에서 공동입장은 물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도 합의하였다고 한다. 국기 대신에 한반도기를 들자고 했다. 공동입장이 평화의 제전에 맞는 상징성이 있음에는 나도 이유를 달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반도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냥 어울려 각자 자기네 국기를 들고 입장하면 될 일을 무슨 통일기라고 우리 쪽에서 먼저 그리하자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기는 이제 아이들 그림에도 등장하고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고 뉴스마다 방송에도 등장하니 그들이 북한기를 들고 우리의 태극기와 어울린다고 우리에게 전혀 낮선 장면도 아니고 우려할 장면도 아니다. 또한 북한기를 포함하여 참가국들의 국기는 경기장 모든 곳에서 올림픽 내내 발견될 텐데 북한 측에서 그들의 기를 꺼내 든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러니 그저 담담하게 “각자의 국기를 들고 한데 어울려 입장하자‘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심리적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꼭 그래야 한다면 한반도기 보다는 차라리 올림픽기가 더 낫지 않을까?


여자 아이스하키팀도 우리가 나서서 단일화하자고 했다. 정해진 엔트리에+북한선수를 넣겠다고 하였다. 아무리 올림픽의 목적에 평화가 들어 있기로서니 게임은 공정해야 한다. 우리에게만 엔트리를 그리 허락하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는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올림픽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또 우리만 엔트리를 늘리는 문제를 IOC와 다른 참가국들이 이해를 해 줄까? 그 보다는 차라리 북한이 정식 출전권이 없다면 번외경기를 할 수 있도록 IOC에 요청하고 주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지금껏 헌신적으로 훈련한 우리 선수들에게도 허탈감 없는 대책이 나오기 바란다.


북한 예술단의 레퍼토리는 그들의 이념성 때문에 우리와 사전 상의가 되어야 하고 잘 걸러져야 한다. 아마도 그들은 막판에 가서 예술단의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레퍼토리를 문제 삼아 선수단마저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늘 ‘양치기 소년’ 아니었던가? 우리에게는 북한을 참여시키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간 고생한 우리 선수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며 다른 나라 팀들과의 페어플레이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앞으로 더 있을 북과의 협상 앞에 놔주기를 바란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지금이 어느 때 보다도 신중한 작전이 필요하지 않겠나? 


북한과의 협상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비슷하겠지만 그렇다고 백화점 매장에 흐르는 음악과 같이 생각할 수는 없다. 북과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미국이 북한이 참가하겠다는 올림픽을 앞두고 조용히 한반도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온다면 오는 것이고 간다면 가는 것이다. 오고 가는 상징성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평화를 이야기 하러 오는 것은 아님을 협상의 마음가짐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그들의 음흉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용한 훈련의 이유를 우리는 짚어봐야 한다.

 

2017년 1월 18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