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올해의 꿈은?

korman 2018. 1. 11. 14:47




올해의 꿈은?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 단체에서는 단체대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개인들은 1년 동안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일들을 생각한다. 일생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놓는 것을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지만 그저 올해 1년의 계획은 일생에 어쩌고 하는 거창한 단어는 접어두고 그냥 올해의 나를 지탱시켜줄 꿈이라고 해도 좋겠다. 물론 1년을 지내면서 버킷 리스트에 있는 많은 것들을 이루면 얼마나 좋을까만 사실 그 리스트 중에는 이룰 수 있는 것들 보다는 여러 사정상 그냥 평생의 꿈으로 머물러 있는 것들이 더 많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올해에는 꼭 무었을 하겠다고 결심을 한다. 이와 더불어 작심삼일이란 말도 생겨났다. 삼일도 지키지 못할 결심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심보다는 꿈이라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작심은 결심을 강하게 했기 때문에 3일 만에 포기하면 좀 창피하지만 꿈이라 함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좀 문학적인 표현이 되어 자신에게도 덜 창피한 것이 될 것 같다는 기분에서다.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자아 도피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나는 올해 무었을 할 것인가에 많은 것을 넣지 않았다. 그저 책 12권 읽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떤 장르의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풍의 책을 한 권 읽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으니 한 달 동안에 한 권씩 읽는 것은 손쉬운 일인데도 책 한권 사는 건 주저하면서도 책값과 비슷한 당구값 내는 건 많았던 작년이었고 새 책 사기 싫으면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 다시 읽으면 됐을 텐데 괜한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시간은 아깝지 않고 책 읽는 시간은 주저하였던 작년이었다.


꿈은 이월된다고 하였던가? 작년에도 책 좀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저 건성건성 지냈으니 이월되는 꿈으로 자위하면서 올해는 꿈지킴이를 해 볼까 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손녀들(큰애는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애는 올해 취학 통지서가 나왔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갑자기 할아비가 무슨 말을 하는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하였다. 아직 꿈을 이야기 할 나이가 되지 않았음인지 큰 녀석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지금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의미로 답변을 하였고 작은 녀석은 요새 한창 걸그룹 춤추는 흉내를 내는지라 춤추는 사람이라 하였다. 그래라 하면서도 작은아이의 꿈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할아비의 손주들에 대한 꿈이기도 하다.


문득 내가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이 생각났다. 대통령이었다. 꿈이었다고 하기보다 내 세대에서는 거의 모든 사내아이들이 다 같은 대답을 하였다. 그래야 어른들이 칭찬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건 꿈이 아니었다. 어쩌면 요새 정치인들이 많이 쓰는,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듣기위한 정치적 답변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나이 되도록 아직 꿈이라기보다는 미련이 있는 한 가지가 있기는 하다. 마도로스가 그것이다. 국민학교라 부르던 초등학교시절 월미도 앞에 뜬 큰 상선을 보면서, 그때는 무역선이라 불렀다, 그걸 타고 세계 곳곳을 다니는 게 꿈이었다. 꿈이라는 것이 자라면서 이거 저거 많이 변하기도 하지만 그 마도로스에 대한 꿈은 아직 미련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가끔 월미도나 인천항에서 그 큰 배를 바라보며 그 때의 그 꿈을 회상하기도 한다. 도전도 못해본 꿈이었기에 “공대를 가는 게 아니었는데”하는 생각도 함께.


이제 책 12권으로 꿈을 꾸는 나이가 되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기로서니 이거야 이루지 못할까? 손주들이 무슨 꿈을 꾸기 시작할까 관찰하면서 1년 12권의 책을 읽는 것도 꿈치고는 괜찮은 꿈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우선 책장에서 읽었어도 안 읽은 듯 가물가물한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니 벌써 6권은 읽은건가?


2018년 1월 1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