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약속시간 30분 전 전화 안 하기

korman 2018. 2. 18. 17:11




약속시간 30분 전 전화 안하기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신정과 구분하여 구정이라 부르며 그 명칭을 ‘설날’이라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중국새해(Chinese New Year)로 더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이카드나 이메일에 그리 써져온다. 나도 답신을 하지만 거기 동조하지는 않는다. 회신에는 꼭 음력(Lunar Calendar)라 쓰고 우리의 전통명절, ’설날(Seolnal)이라 표기한다. 중국 사람들은 내부적으로 춘절(春節)이라 부르고 국제적으로 Chinese Spring Festival (CSF)이라 번역하여 퍼뜨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의 연휴기간은 우리보다 몇 배는 길다. 어떤 곳에서는 한 달간 공장을 닫는다고 이메일이 오는 곳도 있다.


주말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특히 추석이나 설 등 연휴가 길어지는 이런 명절이 돌아오면 늘 모든 매스컴에 첫 째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교통정보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혹은 돌아오는 길에 걸리는 시간이 우선이다. 그런 매스컴의 정보가 아니라도 요새는 거의 모든 차량에는 내비게이터가 달려있어 개인의 프로그램 환경설정에 따라 덜 막히는 길이나 빠른 길을 안내 받을 수 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녀가 가르쳐주는 대로 가도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그저 마음만 급할 뿐이다.


이런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갑자기 일이 생겨 어디를 급히 가려고 길을 나서면 그럴 때 마다 내 차를 운전하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간에 사거리 신호는 늘 빨간불 일색이 되고 지하철에서는 무슨 선행열차가 늦는 관계로 혹은 신호정리로 서행을 한다는 방송이 꼭 나온다. 아마도 나만 느껴본 것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철길이건 아스팔트길이건 신호를 받아야 주행을 할 수 있으니 빨간 신호가 켜지면 멈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신호들이 모두 연계되어 있고 우선 신호를 주는 길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내가 가는 길에 그렇게 빨간 신호만이 주어질 때도 있기는 있겠지만 급할 때만 그리 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신호의 조건보다는 마음이 급한데서 오는 허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호환경이 아니라도 개인의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길에서도 그리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급한 성격 때문에 통상적인 다른 모든 것도 늦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나이를 먹은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젊었을 때 차분하던 사람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성격이 많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지하철 공짜 인생이기는 하지만 난 아직 나이 때문에 급해지지는 않고 있다. 누군가와의 약속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체크해 이용하고 있으니 아직 급한 나이는 안 된 모양이다. 대신 대중교통이라는 게 시간표보다는 늦는 확률이 많으니 그걸 감안해 약속에 늦지 않게끔 좀 일찍 출발하기는 한다.


다른 가정에서 그리하듯이 내 집안에서도 형제들의 생일이나 명절이 되면 되도록 직계가족을 다 데리고 모여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한다. 물론 모임 시간을 사전에 고지한다. 그러나 난 매번 모임시간 30분 전에 도착하도록 집에서 일찍 출발한다. 내 성질 때문은 아니고 나 보다 더 나이 드신 윗분들의 성질 때문이다. 비단 식사 때만이 문제가 아니고 어디를 가기 위하여 전철역 같은 곳에서 만나기로 하여도 약속시간 보다 30분은 일찍 약속장소에 나오셔서 꼭 전화를 하시기 때문이다. “난 도착했는데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라고. 난 그러시거나 말거나 약속시간에 맞춰 가자고 하지만 마누라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 30분 이른 시각에 맞추기 위하여 빨리 가자고 야단이다. 마누라 입장에서는 자신에게는 ‘시아주버니’고 ‘시누이’가 되니 전철공짜인생을 사는 나이가 되었어도 어려운 모양이다.


급해지는 건 길거리 환경이나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있음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급해지는 건 가야할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한편 나는 좀 더 나이가 들더라도 자식들이나 손주들과의 약속시간 30분 전에 전화 걸게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정에 정한 올해 ‘12권의 책’을 읽는 것이 결심이라면 구정에 ‘30분 전 전화 안하기’는 앞으로의 바람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결심보다는 바람이 우위에 있는 삶이 되어가고 있으니 몇 년이 더 흐른 후에는 어찌 될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2018년 2월 18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아리랑  (0) 2018.03.04
영미야 정은아  (0) 2018.02.25
쌀 680포어치 핸드백  (0) 2018.02.08
추위는 뇌를 수축시킨다.  (0) 2018.02.03
미(米) ﹡ 미(味) ﹡ 미(美)  (0) 201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