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홀로 아리랑

korman 2018. 3. 4. 11:56



   사진: SBS뉴스



홀로 아리랑


해외에서였다면 모를까 국내에서 하는 스포츠 경기에 가슴이 찡해보긴 처음이었다. 스포츠라고 하긴 하지만 스포츠보다는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적 장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경기라 생각된다. 실제로도 기술점수에 예술점수가 가미되고 있으니 예술이라고 불러도 그리 무식한 생각은 아닐 듯싶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본 우리나라 대표 피겨 페어스케이팅 이야기다.


김연아가 한창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을 때도 그 모습을 보면서 그저 아름답게 잘 한다는 것과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는 어느 외교관보다 낫다는 생각 외에 다른 종목과 비교하여 더 큰 감흥을 준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2018 평창의 아이스링크에서 단아하게 디자인된 한복을 입고 우리의 춤사위를 ‘아리랑’과 함께 열연하여 많은 관중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던 ‘민유라-겜린’조는 그저 피겨에 무덤덤하였던 나에게도 특별한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외국인이 만들었다는 그들의 예술적 춤사위에 우리 고유의 선이 들어있음을 느낀 것이 감동은 아니었다. 소향이 부른 그 애절한 ‘홀로아리랑’때문도 아니었다. 그건 경기의 결과를 떠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그들이 전하고자 하였던 Korea라고 하는 종합적 메시지의 아름다움과 그를 실현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홀로아리랑’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공연은 무산되는 듯 보였다. 노랫말 속에 한-일간에 쟁점(일본X들이 무식하게 쟁점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만)이 되고 있는 ‘독도’가 들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료를 보니 평창의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국제빙상연맹(ISU)주관 ‘2017 챌린저시리즈 네벨혼 트로피’에서의 공연에 쓰인 음악가사에는 ‘독도’가 들어 있었음에도 ‘독도’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보고 정치성을 배제하는 IOC에서 사용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였다. ‘홀로아리랑’과 전통적 ‘아리랑’을 섞어 편곡한 공연 배경음악에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가사는 합창단의 허밍으로 처리되며 자연스레 빠져나갔다. 아마도 ‘독도’를 빼고 허가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공연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내 생각이지만,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한편 점수면에서도 기대치 이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겠다.


정치성을 철저히 배격한다며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의 땅, ‘독도’에 대해서도 그 사용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IOC, 그들은 과연 얼마나 비정치적인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가 헬멧에 그린 ‘자유의 여신상’은 되고 한국팀의 선수가 그려 넣은 ‘이순신장군’은 안 된다는 IOC. 공교롭게도 독도와 이순신장군은 일본이 그 대상이고 양식 없는 일본 정치인들과 우익들에게는 시비의 큰 주제이다. 독도문제야 근대에 와서 일본이 만든 시빗거리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IOC는 무슨 근거로 역사적인 이순신장군에게 정치성을 부여했는지 참 그들의 정치관과 역사관이 올바른 것인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에 선물하였다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남북전쟁당시 북군을 지지하였던 프랑스에 의하여 탄생한, 해석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전쟁의 산물이 될 수 있음에도 그건 되고 이순신장군은 안 된다? 정치가 아니라 IOC에 기여하는 국가의 기여도에 따라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 하는 건 아닌지 연구논문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지금의 중국(당시 중공이라 불리던)에 앞서 IOC의 중요한 일원이었던 ‘중화민국(中華民國, Republic of China)’의 이름과 그들의 국기 ‘청천백일기’는 당시 중공의 국제적 위치가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강대국들의 정치적 압력에 의하여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살아졌다고 한다. 지금은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상한 이름과 무슨 꽃 같은 데에 오륜기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국제 스포츠행사에 등장한다. 이번 평창에서도 그들은 그렇게 입장하였다. 국제적인 행사 때마다 나에게 그 모습은 ‘손기정의 일장기’처럼 보여 늘 애처롭게 여겨졌다.


2018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남북 공동입장이라는 명분으로 독도도 빠져버린 한반도기를 들었다. IOC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이를 환영하였다. 그러나 걸핏하면 무슨 증거를 들이밀며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시비를 거는 일본에, 그것도 국제적으로 제일 크다는 행사에서,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는 차후 그들에게 또 다른 시비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3.1절에 태극기를 걸며 홀로아리랑의 피겨와 한반도기와 정치성을 배제한다는 IOC가 지켜주지 못한, 그래서 국제적으로 살아진 중화민국의 국호와 국기 ‘청천백일기’가 생각났다.


2018년 3월 1일, 3.1절에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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