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어버이날에

korman 2018. 5. 9. 11:50




어버이날에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아침에 서울에서 인쇄업을 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하고 식사는 했어? 어버이날 여태까지 두 분 같이 모시고 식사했을 텐데 아버지께서 매우 섭섭하셨겠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작년 여름에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1박2일 바닷가를 다녀왔는데 그 바닷가에서 참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그 며칠 후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여 돌아가셨다. 꼭 당신이 떠나가실 줄 알고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신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참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 드시는 게 싫다고 하셔서 밖으로 모시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어머니날이었는데 그게 언젠가부터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누군가 아버지날이 없어 섭섭했는지, 사실 어머니날이 더 좋아 보이는데, 그렇게 바꾸어 놓았다. 어머니날만 되면 궁금한 게 있었다. 그 날은 자녀들이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았었는데 어머니가 있는 아이들은 빨간 꽃을 없는 아이들은 하얀 꽃을 달았다. 난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른다. 인터넷을 뒤지면 뭐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찾아보지 않았다. 이유를 찾았다 하여도 아마 현 시점에서 보면 이유다운 이유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어쩌면 어른들이 그날만이라도 친구들로 하여금 어머니 없는 아이들에게 잘 하라는 순수한 생각으로 그런 제도를 만들었었는지, 혹은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명복을 빌라는 의미로 그리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은 흰 꽃이 얼마나 싫었을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 지금 그리하라고 하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토요일은 어린이날이며 휴일이었다.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고 아이들이 일요일에는 처가와 시가로 약속이 잡혀있어 우리는 토요일에 겸사겸사 모였다. 어린이날이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선물을 준비하여야 한다. 손주들이 어렸을 때는 그저 적절한 장난감 하나씩 사주면 됐었는데 이제 그 나이가 지나 자기들 기호에 맞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선물 고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금봉투를 하나씩 주었다. 그건 일단 아이들 엄마 주머니로 들어갔다. 자식들도 어버이날 적절한 선물 고르기가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내 자식들도 어버이날이라고 나와 마누라에게 봉투를 건넸다. 그건 내 손에 오기도 전에 마누라가 모두 받았다. 그리고 어버이날인 오늘까지도 나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마누라는 오늘이 어머니날인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신문에서 변화된 축의 한 기사를 읽었다. 설날 조상님들께 지내는 차례를 양력 1월1일로 옮기고 설 때는 3일의 연휴를 느긋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과 함께 더 나아가서 1년에 한 번 어버이날에 모든 제사나 차례를 합쳐 한 번 지내고 마는 가정도 생겨난다는 기사였다. 보통 생신제는 생략한다고 하지만 3대에 걸쳐 명절차례와 기제는 지내는 것이 보통 집안들의 행사일 텐데 어버이날에 모든 것을 대체시키면 제사상 때문에 식구들에게 생기는 갈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이니 그마저도 싫다하는 사람도 생겨나겠지만 하여튼 조상님들도 이 변화되는 풍습에 빨리 적응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어찌 하실지 궁금하다. 


난 늘 한식날 대신에 어버이날 근처에 부모님 산소를 찾는다. 비록 손주들이 학교 다니는 나이가 되었지만 다들 어버이를 찾는 날에는 나도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한식보다는 어버이날에 산소를 찾는 것이 더 좋게 느껴졌다. 어버이날이라고 현금봉투를 준비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할머니를 비롯하여 부모님, 작은어머니 아버지도 모두 근처에 계시니 한꺼번에 찾아뵈려면 약식으로 하여도 준비할 게 많다. 그걸로 어버이날 선물을 대신한다.


요새 어버이날을 휴일로 지정하느냐하는 문제를 가지고 논쟁이 일고 있다. 찬성하는 쪽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내 생각은 반대다. 어린이날이야 아이들이 어리고 누군가 돌봐줘야 하니 휴일이 되어야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어버이들은 다르다. 자식들에게 휴일이 된다고 해서 어버이들이 더 즐거워지는 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어버이를 쉬게 하자는 취지라면 소용이 없다. 자식들로부터 어버이 대접을 받는 나이에 있는 어버이들은 이미 365일 휴일을 맞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쉬게 하여 어버이를 위하게 하자는 생각이라면 더더욱 소용이 없다. 어쩌면 휴일을 원하는 그들만의 휴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만 어린이를 위하지 말고 365일 위하자고 한다. 부모도 매한가지다. 평소 자식들이 늘 어버이를 생각한다면 휴일이 필요 없다. 그리 생각하지 않는 자식들이라면 휴일이라 별로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헤어진 나는 성인이 되어 어머니 생전에 어찌했는지 돌아보는 날이 되었다.


2018년 5월 8일 어버이날

하늘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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