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엄마의 달걀프라이

korman 2018. 5. 23. 18:00




엄마의 달걀프라이


우리 식탁에서 밥, 김치와 더불어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요리의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에게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나 달걀이 아닌가 생각된다. 달걀이라는 것은 때로는 밥반찬으로, 때로는 간식으로 때로는 밥 없이도 한 끼를 때우는 것으로, 어쩌면 모두에게 밥보다도 더 친근한 먹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니 달걀의 공급처에 이상이 생기면 밥상에는 비상이 걸리고 그 작은 알 하나가 모든 이들의 끼니를 좌지우지 하는 상태를 가져 오기도 한다.


지금은 어느 식품점이나 마트에도 조금 보태서 달걀이 산처럼 쌓여있고 식재료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서민적인 것 중에 하나가 되었지만 70년대 까지만 하여도 달걀은 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서는 할머니들이 보자기에 싸인 닭 한 마리와 달걀 10개를 넣은 긴 볏짚 달걀꾸러미를 몇 줄 놓고 귀하게 팔았고 어느 집 잔치에도 이 달걀 꾸러미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1년에 두 번 봄가을 소풍 때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삶은 달걀 몇 개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여기에 사이다 한 병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였다. 지방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도 삶은 달걀은 물론 필수적인 판매품이었다.


달걀의 여러 가지 요리방법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떤 형태일까? 아마도 노른자를 터뜨려 앞뒤가 다 익은 프라이를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그렇긴 하지만 아침에 먹는 건 스크램블을 하기도 한다. 가끔 큰손녀가 할머니에게 주문하는 것은 참 까다롭다. 흰자는 위아래 다 익히되 노른자는 터지지도 않고 익히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니 노른자를 익히거나 터뜨리지 않으면서 노른자위에 씌어있는 얇은 흰자막은 익혀야 하니 고도의 뒤집는 기술이 필요하다. 접시에 담을 때는 안 익은 노른자가 위로가게 담고 먹을 때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터뜨리고 흰자를 한 젓갈 떼어내 노른자에 찍어 먹는다. 참 고상하게도 먹는다. 다행이 작은 손녀는 스크램블을 좋아하는 고로 뒤집다 노른자가 터지면 다 섞으면 된다. 그 다음에 또 터뜨리면 내가 먹고.....


며칠 전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가 들어와 어머니를 뵈러 갔었다고 하였다. 그 친구 어머니는 90대 중반을 훌쩍 넘기셨는데도 아직 정정하시다. 소주잔을 들고 친구는 “어머니가 접심 먹었냐고 하셔서 안 먹었다고 하였더니 반찬이 없다고 달걀프라이를 두 개 해 주셔서 먹고왔네” 하였다. ‘엄마의 달걀프라이’라...... 순간 소주가 목에 걸리는 듯하였다. 듣기만 하여도 가슴 찡하고 눈시울이 붉혀지는 이야기였다. 60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엄마가 해주시는 달걀프라이를 점심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자식이 얼마나 될까? 난 벌써 내 어머니의 달걀프라이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잊어버린 지가 오래 되었는데.


어떤 때는 손녀가 원하는 달걀프라이가 할머니의 손을 떠나 나에게 맡겨지기도 한다. 할머니의 노른자 터뜨리는 기술 때문이다. 인사드린 지는 좀 오래 되었어도 뵐 때마다 나에게도 다정하게 대해 주시던 친구의 어머니, 그 ‘엄마의 달걀프라이’에 내 손녀는 할머니·할아버지의 달걀프라이를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잠시 5월의 먼 하늘가를 바라보았다.


2018년 5월 23일

하늘빛

음악: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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