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케이블카 때문에

korman 2018. 4. 16. 20:30




케이블카 때문에


작년 가을 이웃에 사는 부부와 남녘 여행을 하면서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를 타려다 바람 때문에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는 나 말고 모두 고개를 흔들어 여수의 야경을 하늘에서 보는 것을 포개해야 했던 아쉬움이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데 딸아이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해 봄에 타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통영과 여수 케이블카를 모두 탔다면서도 설악산에 미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탔던 기억은 까마득하다. 73년 가을 학과졸업여행 가서 탔었던가? 대청봉 정상까지 등산을 한 기억은 있는데 그걸 탔었는지는 영 기억에 없다. 남산 케이블카와 혼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딱 한 번 타긴 탔었던 것 같은데 머리가 정리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4월 말에 1박2일 양양과 낙산사 및 고성 여행을 다녀오자기에 이참에 그 까마득한 기억의 케이블카나 타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관련 홈페이지를 보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그걸 탑승하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헛비용 때문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전국에 있는 같은 시설 중에서 남산 다음으로 운행시간이 짧은 것 같다. 총소요시간은 편도 5분, 왕복 10분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요금 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헛비용이 때문이다. 차를 몰고 간 사람이 케이블카 탑승표를 사기 위해서는 우선 두 곳의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첫째, 소공원이라는 곳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주차료는 단 1분을 주차하여도 무조건 5,000원을 내야 한다. 시간제 주차료는 없다. 그 부근 전체가 국립공원이니 주차장도 국립공원 소속일 텐데 그곳 주차장만은 근처 사찰에서 관리하는 모양이었다. 전국의 공용 주차장 요금이 최저 시간당으로 쪼개지고 있는 이때에 주차장 진입시에 무조건 그 금액을 물어야 하는 그곳 주차료제도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살 것 같았다. 그 비싼 주차료 때문에 케이블카회사에 불만이 많이 접수되는지 해당 홈페이지에 “단, 국립공원 주차장 요금 및 문화재 관람료는 본사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붉은색으로 강조하여 놓았다.


둘째, 케이블카표는 사기도 전에 문화재관람료라는 표를 먼저 사야한다. 3,500원이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없어졌으니 이 돈은 부근 사찰에 들어가는 돈이다. 사찰에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가 있으니 그걸 보여주는 대가이지 결코 사찰 입장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카는 문화재와 무관하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그 문화재관람권을 파는 곳에서 300여m 정도 들어가면 있지만 문화재가 있다는 사찰은 케이블카를 지나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야 나온다. 그런데도 케이블카만 타는 사람들에게까지도 3,500원을 징구한다. 그래야 매표소 입구에 설치한 문을 통과시켜준다. 일종의 통과세 같다. 케이블카입구를 따로 분리하던가 아니면 문화재관람료징수 매표소는 그곳을 지나 사찰 부근에 설치하면 될 텐데 일종의 억지징수처럼 보인다.


문화재관람료로 표기된 이 입장료는 문화재 관련 기관과 이를 관리하는 사찰이 어찌 나누어 갖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국립박물관도 그렇겠지만 현재 무수히 많은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국립중앙박물관 입장은 무료다. 그런데 문화재로 지정된 유산 몇 점 관리하는 사찰의 입장료는 3,500씩이나 한다. 물론 이렇게 징수된 돈이 있으니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찰엔 들어가지 않고 문화재도 보지 않는, 케이블카만 타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문화재관람료를 징구하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요새 적폐라는 말이 유행인데 이것도 하나의 적폐사례처럼 느껴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면 사찰이 보이고 그 마당에 있는 문화재가 보이니까 그래서 그걸 받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이 또한 설악산국립공원측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공원 홈페이지에 “※ 문화재 입장료, 케이블카, 소공원 주차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닌 신흥사 및 민간업체에서 운영 하는 시설물입니다.”라고 강조체로 적어 놓았다.


아이들과의 케이블카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였더니 불과 10분 탑승에 억지관람료를 포함하여 총11만원이 필요하였다. 물론 나는 지하철공짜인생이니 문화재관람료는 없다. 그러나 설악케이블카는 퇴로가 없으니 무조건 왕복을 타야하고 남산케이블카에 조차도 있는 경로할인도 없다. 아이들에게 전화하여 그 돈으로 차라리 낙산사 아래에서 파도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점심을 먹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하였다.


2018년 4월 16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