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절약 하려고 들인 목돈은 언제 빠지나?

korman 2018. 3. 29. 19:57




절약하려고 들인 목돈은 언제 빠지나?


딸아이에게서 투덜거리는 전화가 왔다. 괜한 걸 건드려서 돈을 많이 썼다고 했다. 집 거실의 천정 형광등이 끊어져 램프를 갈아야 하는데 이참에 아예 LED로 바꾸자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그리 하기로 하고 램프를 사러 갔다고 했다. 처음엔 기존 쓰던 형광등기구에 LED 램프만 갈아 끼우면 되는 줄 알고 형광등 보다 좀 비싸더라도 그걸로 바꾸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포에 가서 보니 LED는 등기구 세트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해서 좀 망설이다 남편이 자기가 설치할 거니까 그냥 사자고 해서 기존 사이즈와 같은 LED 등기구를 샀는데 집에와서 남편이 기존 등기구를 떼어내고 설치를 하려고 하자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했다. 기존 등기구와 천정에 매다는 방식이 달라 전문적인 도구들이 필요하여 결국 사람을 불러 설치하였고 그래서 등기구 값에 인건비 까지 지불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무리 LED등이 형광등보다 전기가 덜 든다고 하지만 이 등을 켜서 오늘 들인 돈 언제 다 뽑을지, 과연 이게 절약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내가 4년 전 이곳으로 이사와 짐을 다 정리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안 천체에 설치된 등기구에서 램프와 전구를 절반 이상씩 빼내는 일이었다. 너무 밝아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크냐 보통이냐 작으냐 물으면 작다고 해야 할 집안의 거실 천장의 형광등이 3면에 총360w가 달려 있었고 식탁 하나를 두고 있는 주방 천장에 또 120w 그리고 식탁등까지. 구분되는 스위치야 다 달려 있지만 해당 스위치에 걸려있는 등만 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어서 램프를 뺐다. 방마다 다 그리 과도한 램프들이 걸려 있어 내 눈에 맞는 밝기로 모두 빼냈다. 백열전구라 하더라도 너무 과도한데 형광등으로 그 밝기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전기를 절약하겠다는 마음을 떠나서 신체적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램프가 끊어지면 떼어냈던 것으로 갈아 끼운다. 아직 램프는 많이 남아있다. TV에서 LED 얘기만 나오면 가끔 집사람은 우리도 바꾸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그 때마다 난 딸네집 예를 든다. 내 집 아래층에 사는 부부가 올라와 “형님 댁에도 LED로 바꾸세요. 우리는 다 바꿨어요. 전기가 조금 든다잖아요.”라고 했다. 난 “등기구 값에 설치비까지 얼마 들었는데 그 돈이 언제 다 뽑히나?”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그런가?”였다. 큰 빌딩이라면 모르되 일반 가정에서 멀쩡한 등기구 LED로 교체한다고 그 절약되는 액수가 등기구 교체에 들어간 목돈과 비교하여 과연 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즈음은 좀 뜸하지만 방송에서 연일 나오던 캠페인이 있었다.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는 뽑아놔야 전기가 절약된다고 하였다. 모든 가전품에는 대기전력이라는 있어 쓰지 않아도 전기가 소비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플러그를 일일이 뺐다 끼었다 하기 귀찮으니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이나 콘센트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 스위치에는 끄고 켰음을 알리는 전구가 들어있다. 스위치를 켜면 붉은 불이 들어오고 끄면 그것도 꺼진다. 그러나 그 스위치의 소비전력이 얼마라고 적혀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따라서 대기전력이 더 큰지 스위치의 소비전력이 더 큰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런 스위치가 부착된 제품들은 비싸다. 따라서 전기를 아끼겠다고 멀티탭을 비롯하여 스위치가 달린 콘센트들을 이방 저방 설치하면 꽤나 많은 돈이 들어 이게 도대체 절약이 되는 건지 언제 들인 목돈을 다 회수할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제 TV를 보았더니 멀티탭의 스위치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고장 난 것이므로 버리라고 하였다. 절약하겠다고 일반 콘센트 보다 많은 돈 들여 장만한 것을 불이 안 들어온다고 버려라? 과연 그래야 할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멀티탭도 스위치에 불이 안 들어온다. 그러나 콘센트 역할과 스위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다. 단지 스위치의 전구가 끊어져 불만 안 들어 올 뿐이다, 좀 불편한 것이 있다면 불이 안 켜지니 멀티탭을 켰는지 껐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스위치에 대한 소비전력이 사라졌으니 그것 또한 절약이 아니겠는가?


어떤 방법이 절약하는 것인지는 각자 개인의 생각대로 하면 되겠지만 효율성이 큰 대형 빌딩이 아니고 일반 가정에서는 기존의 것들이 고장 났을 때 절전기구로 바꾸는 것이 절약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형관등은 등기구 전체가 고장일 때 LED등기구로 바꾸고 스위치 달린 콘센트는 사용하던 일반 콘센트가 망가졌을 때 바꾸고 삼파장이나 일반 전구를 쓰는 전구등은 전구가 끊어졌을 때 LED전구로 바꾸고......


2018년 3월 29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케이블카 때문에  (0) 2018.04.16
4월에 4층이 없어요  (0) 2018.04.04
법 없이도 사는 사람  (0) 2018.03.18
끝을 조심하라 하였거늘  (0) 2018.03.10
홀로 아리랑  (0) 2018.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