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섭섭한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korman 2018. 7. 2. 17:49




섭섭한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야 된다는 조건이 붙긴 하였지만 독일을 2대0으로 이기면 16강으로 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며 그렇게 전차군단을 물리쳤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비록 16강에 오르지는 못하였어도 1차전 보다는 2차전이 더 좋았고 독일과의 3차전은 경기 내내 밀리는 게임에 아슬아슬한 장면도 많이 겪었지만 1,2차전과는 전혀 다른 투지와 정신력으로 밤잠을 설치는 국민들에게 극히 감동적인 장면을 선물하였다. 그러나 한편, 2차전을 보면서는 1차전에서는 왜 저렇게 못하였을까 생각되었고 3차전에서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면서 1.2차전의 모습이 참 아쉬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 축구팀에는 늘 이런 말이 따라다녔다. “욕을 먹어야 잘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인터넷상에서 욕이 늘어갈수록 강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게 전 세계에서 가장 고등교육국가이고 곧 선진국이 된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선수들에게 비수를 꽂는 참담한 욕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건 욕이 아니라 차라리 선수들에게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표현하여도 과하지 않을 듯싶었다. 나도 1차전의 선수들을 보면서 정신력이 결여되었다는 생각에 평소와 같은 원망은 하였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댓글을 바라보면 그 댓글에 대한 맞댓글로 무언가 그 보다 더한 것을 써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 마음이 그러한데 댓글들을 본 선수 당사자들은 어땠을까?


어느 팀이건 어느 선수건 경기에서는 늘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실수가 경기의 운명을 가르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실수는 본의 아니게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상대팀으로부터의 위험을 모면하려는 의도적인 파울이 있기는 하지만 자기팀원에게 패스함에 의도적인 실수는 없다. 한 선수가 실축한 공을 잡으려 하던 주요 수비수가 부상을 당해 남은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되었다고 실축한 선수를 몰아붙이고, 위험지역에서 핸들링을 범하여 패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고 해당 선수는 물론 가족까지도 들추어내어 비난하는 작태가 일어났다. 수비수가 매우 중요하니 남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수비수의 부상이 실축에서 기인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 공은 축구의 신이 왔어도 그 때 그 수비수의 위치에서는 절대로 잡지 못할 공이었다. 본인도 그걸 알았을 텐데 그냥 포기했어야 할 공이었다. 그 위험지역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태클을 하다가 핸들링을 범하여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고 ‘총살’ 운운하는 댓글도 있었다. 당장 얼굴과 본명이 안 밝혀진다고 그리 이야기 할 수 있을까? SNS공간은 친구들과 한 잔 걸치며 마구잡이로 열 올리며 떠들 수 있는 술집 같은 공간이 아니다.


나도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좀 섭섭한 면들은 있었다. 쓸데없는 백패스가 그것이고 발재간이 다른 팀 선수들 보다 월등히 낫지도 않으면서 위험지역에서 먼 곳으로 우선 공을 차내지 않고 가까이에서 돌리다가 뺏겨 패배를 자초하는 경우이다. 유럽의 강팀들에서도 위험지역에서는 일단 먼 곳으로 내지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그곳에서 공을 돌리다 뺏겨 상대가 패널티박스로 진격하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골을 먹은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상대방 골문 앞으로 공을 몰고 들어간 선수가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스스로 살리지 않고 특정 스트라이커에게 무조건 패스하는 행위이다. 그렇게 지시를 받았을 수도 있고 특정선수만을 옹호하는 언론이나 댓글이 슛을 망설이게 했을 수도 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다. 스트라이커가 있다 하더라도 골문 앞에서는 가장 기회가 좋은 선수가 즉석 스트라이커가 되어야 한다. 한 번 더 패스한다는 것은 그 순간 적군은 늘어나고 앞은 더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서너 차례는 있었다.


독일은 전 월드컵 챔피언이고 세계 랭킹 1위이다. 우리도 매우 씁쓸한데 그들은 어떠할까? 아마 오장육부가 다 저릴 것이다. 그들의 SNS도 우리처럼 마구잡이로 못된 말들을 늘어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같이 총살 운운하는 분위기라면 그들은 단체로 가스실로 보내야 한다고 할 것이다. 독일과의 경기에는 1.2차전에서 많이 뛰지 않았던 선수들도 나왔었고 대표 수비수와 주장을 겸하고 있는 대표 공격수는 뛰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세계 최강을 우리의 발아래 두었다. 그렇다면 1,2차전에서는 너무나 특정 선수에게 의지하는 작전만을 구상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센트리클럽에도 이름을 올린 캡틴 기성용 선수가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랜 생각이었겠지만 이번 월드컵에 자신이 출전한 두 경기는 모두 패하고 출전하지 못한 최강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이겼으니 이게 그의 결심을 굳힌 매체가 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댓글을 보면서 결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경기에 나서면 이겨야 하는 것이 선수들의 의무이지만 아무리 16강에 들지 못하였다고 그런 쌍욕에 계란까지 던지다니 그들이 무슨 나라의 5적이라도 되는 것인가? 선수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선진국 국민들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 7월 2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상사에서  (0) 2018.07.18
7월  (0) 2018.07.10
화강암 비석엔 엄마의 눈물만 흐른다  (0) 2018.06.06
월정사 전나무숲에서  (0) 2018.06.04
엄마의 달걀프라이  (0) 201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