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길상사에서

korman 2018. 7. 18. 17:43




길상사에서


개울위로

작은

나무다리가 놓였다.

다리 건너에는

선행 기증자의 사당이 있다.

법당 앞에서 보다

사당 앞에서

더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개울도

묵음수행을 하는지

소리 없이 흐른다.

차라리

개울을 덮어 그늘을 만든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귀속을 아우르고

그늘아래 벤치에서

도란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더 컸다.


누가

이곳의 과거를 기억할까?

가버린 세월 따라

회유의 속삭임도

하늘거리는 가야금도

주지육림의 방갈로도

모두 사라졌다.

그저

귀동냥으로 전해진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내야 알 턱이 있나.


통나무의자가

아주 오래된 모양을 하고

진영각 외벽에 걸린

같은 모양의 흑백사진 밑에

지나간 세월의 모습으로 놓여있다.

법정스님이 불일암에서

손수 만들어 쓰시던 의자

그걸 모티브로

40년 경력의 목칠공예가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 했다.

빠삐용의자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의자를 보면 앉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거늘

의자의 가르침이 있었는지 그저

안참을 서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법당에서

어느 분의 49재가 있음인지

행사용 스피커엔

이력과 주소가 섞인 

스님의 독경소리가 요란했다. 

진작

진영각뜰 한구석에 계시는 법정스님은

죽은 당신을 위하여

꽃 놓을 공간도 마다하셨다는데

스피커 소리에

삼각산이 떠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방문객들에 알리는 팻말

“조용히”

그게 무색하였다.

한줌 잔잔한

목탁소리의 기도로 보내드리는 게

더 가치 있는 배웅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마누라가 부처님을 뵈러 간다기에

절에 가서 절도 안 하는 나는

서양 수녀의 모습을 닮은

보살님을 뵈러갔다.

인사도 안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에게

그저 잔잔한 미소로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이

한참을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보살에서 성모의 모습이 보였다.


2018년 7월 15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