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하루에 커피 몇 잔

korman 2019. 11. 3. 21:38




                       이미지 : 야후


하루에 커피 몇 잔


11월에 들어섰으니 늘 하는 이야기로 달력이 두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난 이 때쯤 되면 이제 뜨거운 커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커피가 가장 맛일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난 늘 “첫 서리가 내리는 때”라고 대답한곤 한다. 이건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숍에서는 뜨거운 ‘아메리카나’라고 하는 커피를 기준으로 할 때이다. 커피 맛은 물론 흩어져 나오는 커피향도 그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것은 그러하지만 소위 다방커피라 불리는 ‘믹스커피’나 다른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커피는 기호식품에 속한다니 사람마다 맛에 대한 느낌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건 대학 1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된다. 믹스커피가 없던 시절이니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따로 넣고 섞던 시절이었다. 또한 다방에서는 톱밥처럼 생긴 커피를 끓여 줄 때 인데 이게 그 말썽 많았던 “톱밥담배꽁초커피”라는 것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당시 원두커피라고나 할까? 그런데 커피는 조금 넣고 색과 맛과 향을 좀 더 진하게 하기 위하여 다방에서는 불법으로 담배를 같이 넣어 끓여 주다 적발되어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기하게만 여겨질 것이다. 요즈음 원두커피 드리퍼에 담배를 좀 넣어 커피를 빼내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다. 일부 사람들이 즐기는 향커피의 일종으로 ‘담배향커피’가 되려나?


방송이나 신문엔 커피에 대한 기사가 가끔 나온다. 예전에는 커피가 몸에 해롭다고, 특히 내가 마시는 ‘블랙커피’는 더욱 해롭다고 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방에서는 블랙커피를 마시는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 ‘건방지다’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고 커피 몇 잔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띄며 TV에 출연한 식음료계 및 의료계 전문가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면야 커피를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기사를 쓰는 분들이나 방송에서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지산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상대로 연구한 것이 아니고 모두 ‘미국 아니면 유럽 누구의 논문에 의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남이 연구한 것을 전달할 뿐이며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커피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엊그제도 모 신문 건강난에 예의 그 “미국의....의하면”라는 기사가 났다. 실험에 의하면 하루 2잔의 커피를 계속 마시면 장내에 유익한 균이 늘어난다는 기사였다. 커피 한 잔에 대한 기준은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마다 마시는 커피가 다르다. 나의 경우는 아메리카나 블랙을 마시지만 커피전문점 보다는 연하게 마시는 편이다. 사무실이나 보통 가정에서는 믹스커피를 즐긴다. 또한 커피전문점 마다 그 농도가 다르며 믹스커피가 아니라도 그와 유사한 라테 등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같은 서양이라도 미국과 유럽이 다르며 커피 잔의 크기와 한 잔의 농도도 다르다. 그리고 가정에서 만드는 것과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것 또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 그런 남의 이야기를 전하려면 전달하는 결과의 기준이 되는 커피의 종류와 농도 그리고 한 잔의 양 정도는 같이 기술해 주어야 한다. 아마 그들이 발표한 논문에도 최소한 어떤 기준의 커피를 가지고 그런 결과를 돌출하였는지 정도는 기술되었을 것이다.


눈에 뜨일 때 마다 매번 그런 기사를 보거나 TV에 나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커피의 잔 수 만을 거론 할 뿐 어떤 커피인지는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보를 전달받는 대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먹는 음식과 체질이 다르고 즐겨 마시는 커피가 실험에 사용된 것과 다르다. 그러니 전달한 논문에는 어떤 커피가 기준이 되고 한 잔의 양은 얼마였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를 기준으로 할 때와의 차이점 정도는 이야기 해 주어야 전문가다운 것이며 그 정도는 이야기 되어야 정보를 전달 받는 사람들이 참고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연구한 것이 아니라면 그를 응용한 정보라도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오늘 아침도 내 스타일의 커피를 머그잔 가득 부우며 며칠 전 기사보다는 훨씬 많이 마시는 것 같은데 내 장은 어떠려나 생각해 본다. 80줄에 들어선 내 누님은 아직도 내가 커피마시는 걸 볼 때마다 “그리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데..”라고 하신다. 내 대답은 늘 “커피도 나쁘고 설탕도 나쁘고 식물성크림도 나쁘다는데 난 셋 중에 하나뿐인걸요.”


2019년 11월 3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