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바람에 힘없는 이파리 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 새처럼 날고 바람 잔 틈에 땅에 내리자 어느새 훅 몰아치는 회오리에 이리 저리 굴러 길모퉁이에 초라한 둥지를 틀었다. 물엔 바람의 심술이 비켜감인지 간밤 내린 빗물 고인 곳 마다 바람에 쫓겨 모여든 이파리들 작은 물웅덩이 안식처 삼아 옹기종기 끌어안고 있다.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진한 갈색의 넓은 가슴 열어 아기 손바닥 같은 연노랑 은행잎 품어 바람 비켜가는 구석진 곳에 늦가을 햇살 모아 가족을 이루었다. 어제 밤 빗방울에 입은 상처 때문인가 오늘 바람이 힘겨워 모두를 떨쳐내고 이제 은행나무 가지엔 매달린 이파리가 별로 없다. 내일이면 누군가의 빗자루 끝에 모두 쓸려갈 운명인 것을 차가운 보도블록에 곤한 몸 잠시 뉘어 운명을 기다리는 양탄자가 되었다. 2019년 12월 2일 바람 부는 날 하늘빛 음악 : YouTube : 영화 만추(晩秋, Late Autumn OST K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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