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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위의 세심(細心)

korman 2021. 5. 25. 17:51

월미공원 정원

돌다리위의 세심(細心)

 

최근에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행하는 종합정보지의 어린이 교통 포스터에 중국 공안의 복장을 한 우리 어린이 사진이 실렸다고 해서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비단 이 기사가 아니라도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기사는 많이 접해왔다. 그럴 때 마다 난 어느 조직이라도 결재라인이라는 게 있는데 눈에 뜨이게 틀린 사항들이 왜 그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공표된 다음 그것을 대하는 일반인들에 의하여 발견이 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들은 예전에 쓰던 ‘과’나 ‘부’를 사용하지 않고 ‘팀’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조직의 크기에 따라 각 팀에 속한 인원수도 다르겠지만 담당-계장-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 등등의 검토 과정을 거치며 사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복잡한 결재과정을 생략하고 담당 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사안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3~4명 정도는 자료검토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TV에 자주 비추어져 일반인들도 많이 알고 있는, 아니 그 보다도 우리 경찰관 차림새하고는 너무나 다른, 중국 공안의 모습을 자신들은 몰랐고 외주업체에서 잘못한 것이라 하는데 난 왜 그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까? 이 대답대로라면 아마도 예전과는 달리 요즈음은 외부업체에 시안을 만들게 하고나서 시행 전 발주자가 동 시안에 대한 최종검토 및 승인을 하는 과정은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일부러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내 근처에 살고 있는 손녀들의 초등학교 등·하교를 돌봐주다 교문 앞에 세워진 커다란 금연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구청에서 세운 것이었는데 물론 영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금연심벌을 그려놓고 그 옆에 No! 그리고 문장을 바꿔 Smoking!이라고 적어 놓았다. 금연심벌이 흡연에 대한 부정이고 그 옆에 No!라고 썼으니 부정에 대한 부정이고 다시 줄 바꾸어 다른 문장으로 Smoking!이라 명령하였으니 학교에서 배운 ‘부정에 대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기초를 충실히 이행한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금연심벌 하나로 금연구역에 대한 만국공영어가 됐을 텐데 어정쩡한 영어를 가미하여 좀 어색한 안내판이 된 것이다. 요새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니 내 지적이 맞는다고 생각되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 빨리 고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과 함께 사진을 찍어 구청에 보냈다. 그 안내판은 내 생각보다 빨리 교체되었다.

 

입학식도 못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외손자 녀석은 나와는 다른 동네에 산다. 가끔 그녀석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야 할 때가 있는데 어느 날 교문 앞 건널목 길바닥에 없던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구청에서 붙인 것이었는데 청소년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라 그랬는지 길 건너면서 스마트폰 보지 말라고 ‘스마트폰 안 되요.’라고 적힌 캠페인성 스티커였다. 나중에 보니 그 근처의 모든 건널목 바닥에는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곳 구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되’가 아니라 ‘돼’로 써야 한다고. 10여일이 지나 다시 갔더니만 ‘돼’라고 한 자 인쇄된 스티커가 기존 스티커 위에 덧붙여져 있었다.

 

지자체가 되면서 모두 형편에 맞는 홍보물을 많이 만든다. 관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많고 다문화가정도 많기 때문에 거리에 설치되는 각종 안내판도 영어는 기본적으로 병행 기입되는 것이 많다. 그러나, 내 생각이긴 하여도, 가끔은 알맞지 않은 맞춤법이나 표현을 만나 아쉬울 때가 있다. 외국어 표기의 경우 지자체마다 해당 언어의 현지인도 고용하고 있고 우리말 맞춤법을 검토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모든 일에는 최종 작업에 임하기 전에 협의와 결재를 거치며 검토하시는 분들이 여러 분은 될 텐데 대중에게 선보이기 전에 시안 검토에 대한 최종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경우 글을 쓰고 맞춤법이 틀린 곳이 없나 몇 번을 읽은 후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분명히 없었던 틀린 곳을 발견하고는 다시 수정하는 수고를 할 때가 있다. ‘경찰 10명이 한 도둑 못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조직에서 아무리 여러 명의 검토를 거쳐도 잘못을 찾아내지 못할 때도 많다. 돌다리도 두들기라는 말에 시간 낭비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최종 실행 전 팀내 관련자 모두가 좀 더 세심한 검토를 한다면 시간과 노력과 예산이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것이 돌다리를 두드리는 게 아닐런지.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댓글을 달지도 모르겠지만.....

 

2021년 5월 25일

하늘빛

 

* 이 글을 쓰고 나서 며칠 후 서울에서 P4G (5/30~31)라는 국제회의가 있었다. 그 자리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반도와 세계로 확대되어 나가는 영상물이 야심차게 올려졌다. 그런데 그 중심이 된 도시는 서울이 아니라 평양이었다. 국민들과 언론의 지적이 시작되자 관련기관에서는 또 외주 제작사 타령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영상물인데 이들은 이 사항이 지적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을까? 아마도 이 영상물은 외부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완성된 후 여러 관계관들이 모두 모여 최종 상영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쳤을 것이고 그 자리에서 모두들 박수를 쳤을 것이다. 또 외주 제작사 타령이라니 이리 잘못된 일들은 모두 외주제작사에 돌리려면 관계기관과 담당부서는 왜 존재하야 하는지......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0rHqw995UYU 링크
My Way - Frank Sinatra - Piano cover - Jaeyong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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