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3-220903
국가와 혁명과 나 - 박정희 - 지구촌
우선 이 책이 처음 발간된 건 1963년 9월이라고 한다. 5.16이 1961년에 일어났다고 하니 혁명 2년 후가 되겠다. 그러니 맡겨진 자리를 떠난 후에 ‘회 고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책과 는 좀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책 내용도 과거를 둘러보며 회상을 하기보다 는 혁명 당시의 나라 사정과 혁명 후 그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나열한 것뿐이다. 나라 사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부분이 수치로 적혀있어 책 내용 자체도 재미있는 부분은 없다. 아마도 혁명의 당사자로서 그러한 수치로 혁명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앞으로 그가 계획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국민 설득용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 책장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 표지에는 1963년에 발간된 초판이 아니고 34년 후인 1997년 9월에 재발간 되었음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경로로 재발간된 책이 내게 와 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책장에 있는 책들은 내 손으로 직접 구매하였거나 자식들이 선물로 사온 책들로 사전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두 번은 끝까지 읽은 책들인데 이 책은 구매한 기억도 없고 읽은 기억은 더더욱 없으며 누구에게서 받은 기억 또한 없다. 내 손으로 책장에 넣어놓았으니 거기 있을 테지만 기억의 오리무중으로 인하여 책을 읽었다는 생각보다는 책 읽는 내내 경로를 유추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해야 옳겠다.
이 분은 우리나라 대통령 역사상 가장 불행한 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또한 나라를 성장시키고 부강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고 늘 따라다니는 군사독재의 상징으로 인하여 그의 공은 덮여지고 과만 강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는 지하에서 그 평가를 섭섭해 하지 않고 감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누구에게도 공과는 공존한다. 그 평가는 후대가 하는 일이지만 평가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여야 한다.
내가 물정을 모르던 때에 그는 혁명을 하였지만 그가 장기 집권을 하였음에 나도 데모세대가 되었고 최루가스를 피하며 여기저기 도망 다닌 기억도 새롭다. 비록 그가 아직 현직에 있을 때 나는 사회진출을 위하여 데모 대열에서 빠지기는 하였지만 지금의 대북실정을 보면서 그가 불행하게 떠나기 전까지 추진하였다는 자주국방 속 핵무기를 우리의 손으로 완성하였더라면 지금 우리의 국제적 위치는 좀 더 진전되고 남한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졸지에 타계하신분이라 정상적인 회고록이 나온 건 없다지만 대부분의 회고록이라는 게 임기 내의 자기 업적의 자랑 혹은 과에 대한 핑계 등 자신을 광고하거나 감싸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의 내용은 뭘 감싸고 자시고 할 시간도 안 되는 책이다.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초기 직장시절이 그의 임기 내에 들어 있으니 뭘 특별히 책을 보고 기억해야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한 권의 책으로 나의 독서 목록에 기록될 뿐이다.
내가 느끼기에 지금 나라가 어지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외쳐댄다. 그러나 나라는 국민들만이 생각하고 그 분들은 나라와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기득권 싸움에 분주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몇 해 전에 영국 BBC에서 오늘의 단어로 선정하였다는 ‘꼰대(풀이: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나이 먹은 사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다들 정치꼰대라 부르고 싶다.
이 책에서 특히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없다 하더라도 오늘의 정치꼰대들이 새겨들어야 할 귀한 문장 하나는 있다.
“정치란 별거 아니다. 떠들고 싸우고 영좌(榮座)에 앉아 족보에 벼슬의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고 봉사하는 기간 중에 땀흘리고 단 한푼의 돈이라도 많이 벌어들이고 (국민을) 잘 입히고 잘 먹게 하는 것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말에 그 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 계시려나?
2022년 9월 3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feq-dY-oA28 링크
[Piano MR] 아침이슬- 양희은 (물레 cover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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