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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korman 2022. 10. 28. 22:13

221020-221027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Obladi, Oblada, Life goes on blah!)

무라카미 하루키 - 김남주 옮김 - 동문선

동네의 자주 가는 마트 부근에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생겼다. 그 벽에는 ‘인천 00노르웨이 숲 에듀오 션’ 이라고 적혀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지나칠 때마다 그 이름이 참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다.

 

아파트 이름에 ‘노르웨이 숲’은 청량감에 환경이 좋다는 느낌을 가미 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그 뒤에 에듀오션은 무슨 의미일까? 노르웨이 숲은 영어로 Norwegian Wood 를 인용하였다 하더라도 에듀오션은 어디에서 온 단어일까? 요새는 Education에서 Edu를 따 말이 되던 안 되던 온갖 단어에 대입하고 있으니 그 유행의 한 귀퉁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오션은 왜 붙어 있을까? 인터넷 사전을 비롯하여 모든 가능성을 검색하여도 Edu는 교육과 관련한 것 외에는 나오질 않는다. 더하여 오션은 Ocean에서 따온 것일까? 그렇다고 하여도 조합이 되질 않는다. ‘노르웨이 숲에서 바다에 관한 교육을 한다?’ 이런 억지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겠다. 하기야 요새 아파트 이름을 외국어로 지으면서 단어의 조화를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특별한 의미가 없어도 그저 멋지게 들린다고 생각되면 기다랗게 외국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게 유행이니까. 한때는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느라 그런 이름을 붙인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한 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도 일본의 괴상한 아파트 이름을 기술한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일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한 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일본 흉내를 내는 것에 플러스 알파일 수도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 (Norwegian wood)’이라는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우리말 번역본은 원제대로 ‘노르웨이의 숲’이라 하였더니 판매가 저조하여 ‘상실의 시대’라 고쳤다고 한다. 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 나도 ‘상실의 시대’는 숱하게 들어봤으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 제명을 고친 다음에는 판매에 성공을 했던 모양이다. 무라카미가 이 이름으로 소설을 쓰기 전에 비틀즈가 같은 이름의 노래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비틀즈 노래를 좋아한 나였지만 그런 노래는 기억에 없어 유튜브를 찾아 들어 보았지만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 같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무라카미는 그 제목을 자신의 소설에 활용하였다고 기술하였다. 단지 ‘Norwegian Wood'라 쓰고 일본어 제목을 ’노르웨이의 숲‘이라 달았더니 Wood라는 단어의 번역을 가지고 일본 내에서 말이 많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분명하게 밝혔다. Wood라는 단어를 자기는 숲의 의미로 썼고 비틀즈는 숲이 아니라 목재를 이야기 한 것이라고. 비틀즈도 그렇게 밝혔다고 하였다. 아파트 이름을 무라카미 소설이나 비틀즈 노래에서 따다 붙였다면 좀 실수한 것 같다. 소설이나 노래나 아파트 이름에서 풍겨야 할 우아한 청량함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우리말 번역 제목은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로 되어 있다. 일본어 원명은 어찌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블라디 오블라다’ 역시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중 하나다. 저자가 비틀즈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다른 장르의 타이틀을 빌려다 쓰면 저작권료는 어찌되는지 궁금하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는 띠지에 적혀있는 영문명은 ‘Obladi, Oblada, Life goes on blah!'이다. Blah라는 단어가 그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뜻 없는 단어이니 독자들에게 인생을 깊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라는 작가의 뜻 깊은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해학적으로 블라와 발음이 비슷한 Bra를 인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독자로서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는 외국인이 쓴 책의 번역본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물론 번역하시는 분의 본문 해석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각국의 국민들이 모두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생활이나 사물에 대한 표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번역하시는 분께서 원작 외국작가의 나라에 대한 문화를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가는 번역을 하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번역하시는 분들을 ‘번역작가‘라 부른다. 그러나 상대국 문화에 대하여 아무리 잘 이해한다고 하여도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하여 우리문화에 적절히 부합되는 단어를 찾아내 문장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잘된 번역문이라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면이 나타나곤 한다. 이 책에서도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외국어 단어에 대한 우리말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어 그대로 사용하였다던가 일본식 표현에 대한 우리말 표현이 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기는 하였지만 원작가의 일본식 표현의 생활수필이니만치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소설을 읽은 것도 아닌데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외국 작가의 이름이 어찌 내 머릿속에 진하게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책의 제목과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이 책을 고르게 한 미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러브호텔명 탐색에 나서다“, ”지금 알몸으로 집안일 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등. 그러나 실제 내용은 이런 글귀와는 과히 어울리지는 않는다. 물론 글귀에 나오는 요소들이 본문에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띠지에 형광색을 넣어 눈에 뜨이게 강조하여야 할 만큼 상투적이고 세속적인 19금 내용은 없었다. 그러니 광고를 위한 미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일본에서 출판된 원본도 그리되어 있을까?

 

전체적인 수필의 내용이 우리나라 수필가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좀 가볍게 느껴진다. 와인이나 커피에서 애호가들이 말하는 맛이 가볍다, 무겁다와 일맥상통한다고도 생각된다. 그저 간단히 표현하면 책의 영문이름에 나오는 blah와 일치한다고나 할까. blah blah 어쩌고 저쩌고...

 

2022년 10월 27일

하늘빛

 

* 참고로 비틀즈가 부른 Norwegian Wood의 가사가 어찌 번역되어 있는지 찾아보았다. 번역 자들이 전체 가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번역하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번역자에 따라 'Norwegian Wood'‘노르웨이 숲’, ‘노르웨이 장작’, ‘노르웨이 가구’, ‘노르웨이 목재’ 등 다양하게 번역 을 하였다. 누가 전문번역가이고 누가 아마추어 인지는 모르겠으나 비틀즈산 노르웨이 코미 디가 되었다.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zabnlWqH-OQ 링크

The Beatles: Ob-La-Di, Ob-La-Da Piano Solo, Yuki Ko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