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4-240313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유혜자 - 문예춘추사
가끔 특별하다고 생각되면 읽기는 하지만 번역된 책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의 표지를 들추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작품들의 제목만이라도 기억을 하거나 그 중에서 읽어본 작품이 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것의 유명세라면 그것 때문에 이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내용이 감감하여 줄거리를 찾아보니 그 당시에 지금의 내 성격이었다면 아마도 몇 줄 읽다가 책장을 덮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지 헤르만 헤세가 쓴 에세이라니 그리고 제목이 ‘삶을 견디는 기쁨’라 멋있게 붙여있고 또 부제가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 적혀 있으니 인생 에세이라는 기대감으로 목차를 훑어보고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다.
요새는 책의 표준 규격이 없나보다. ‘책 크기 및 판형’이라는 정보를 찾아보니 원지를 낭비하지 않는 규격의 사이즈가 정해져 있는데 내 책꽂이에 꽂혀있는 좀 오래된 잭들의 사이즈는 두께만 다를 뿐 가로 세로가 모두 일정한 규격에 맞는 것들이다. 그래서 오래된 책꽂이 칸에도 일정하고 모양 좋게 잘 들어갔는데 요즈음의 책 사이즈는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은 가로 세로 사이즈가 많이 작다. 내가 다음 읽을 책으로 골라놓은 것은 이 책의 사이즈에서 넓이가 더 좁다. 요즈음은 원지의 규격이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규격외의 책 사이즈는 버리는 종이가 많다고 하는데 종이를 많이 버리면 책값이 비싸질 테고 그래서 그런지 요새 보통 이런 종류의 책값이 많이 비싸진 것 같다. 책 속에도 사용하지 않고 백지로 남아있는 페이지가 많이 있다. 버려진 종이를 주워 이면지로 공책을 만들던 세대들은 겉치레만 요란하고 빈 페이지가 많은 책에 대한 생각을 어찌하고 있을까.
이 책은 초판이 2014년에 나왔다고 적혀 있고 내가 읽은 것은 2024년판이니 강산이 한 번 변한 후에 다시 나온 책이라 초판의 디자인과는 같지 않을 테고 아마도 요즈음 추세에 맞춰 디자인하고 사이즈를 정한 것 같다. 그 때 번역하신 분과 내가 읽은 책의 번역자가 같은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10년 전의 내가 아니므로 내용에서 느끼는 것은 10년 전에는 공감이 가던 것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책 내용과는 관계없는 이런 어스레한 책 사이즈나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헤르만 헤세이가 집필한 내용이라고 해서 지금의 현실에서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닌 듯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그 당시의 유럽사회 속에서 써 내려간 자전적 이야기들이 지금 내 나이가 아무리 많다고 하여도 한국인으로 글이 쓰일 당시의 유럽문화와, 특히 번역된 문장에서, 그 글을 읽는 지금의 한국문화에서 공감을 형성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 많이 가질 않으니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책을 대하고 일고 느끼는 면이 전부 같지는 않으니 이 책의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공감이 가질 않는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나의 기준에 맞춘 것이다. 우리가 고전에서 살아가는 많은 지혜를 배우듯 단지 그 때나 지금이나 인생에서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가르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헤세는 책 속에서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식은 정해진 법칙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지혜는 삶 속에서 배우게 된다. 삶이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 삶 속에서 깨닫지 못했다면 삶을 사랑하라는 이 간단한 말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런 가르침들은 문화적 배경이나 시대적 배경에 지루한 에세이라고 하더라도 한 구절 꼭 기억하고 스스로 마음에 남겨야 할 가르침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2024년 3월 17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RmikdnfBh0링크
(Piano) Mea Cul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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