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4/25 대만여행 4
중국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고루 간직한 곳으로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표명소, ‘고궁박물관’에 들어섰다. 내 테마대로의 자유여행이라면 이곳에서 한나절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반나절 이상은 보내야 하는 곳이다. 서양인들은 중국문물에 관심이 많은지 어제까지 지나온 어느 곳 보다도 서양인 깃발부대나 가이드의 영어설명이 많았다. 이곳은 실내이고 유물들은 유리벽이나 작은 네모 칸에 놓여있다 보니 유물을 감상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본다는 것이 옳은 표현인 것 같았다. 개개인에게 자유롭게 각자가 관심 있는 것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헤드폰도 가이드의 설명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주어졌다. 가이드는 일행 중 다른 유물로의 이탈을 매우 경계하여 흐트러지는 일행에게는 가이드 앞으로 모이라는 멘트를 수시로 하고 있었다. 익숙한 동파육을 비롯하여 박물관의 국보급 대표유물 몇 점만을 가이드의 설명을 곁들여 감상하고는, 그나마 배추는 출타중이라 보지도 못하고, 박물관 외관도 바라볼 새 없이 버스에 올랐다. 살펴보니 한국인 가이드 거의 모두가 우리와 똑 같은 유물 앞으로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곳의 유물이 대충 70만점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유물을 감상했다기 보다는 그 중 10여가지도 못되는 것만 사람들의 뒤통수 사이로 흘낏 쳐다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패키지여행인 것을 어쩌겠나. 그래도 우리 일행 중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은 증명사진을 위하여 사람들 틈바구니를 열심히 파고들었다. 어디가나 대한민국의 아줌마와 할머니들은 용감하다.
잘 관리되어 번쩍번쩍 빛나는 2대의 검은 캐딜락 자동차가 참 멋있었다. 캐딜락 탱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탄이라 그런지 그 크기가 일반 시내버스만 하여 보였고 눈으로 보기에도 그 무게감이 엄청났다. ‘중정기념관(장개석총통 기념관)’ 1층 한편의 모습이다. 내부에는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사진과 서류 그리고 앉아있는 그의 커다란 흉상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이곳도 정치적 논리로 변화하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바뀌면서 그의 공보다는 과를 앞세워 기념관의 전시형태가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이것도 대만이 걸어온 하나의 역사인데 정치적인 역사라 하더라도 좀 객관적이 되지는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짜여 아름답게 관리되는 정원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아 갖가지 색이 더욱 선명한 꽃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잠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을 때 나와 같은 테이블에 합석하신 여자 분이 101타워에 갔었냐고 물어왔다. 나와 같은 여행사 이용자지만 오전시간에 도착하신 다른 팀에 속한 분이라 전날 낮에 이미 101타워에 다녀왔다고 하였다. 우리는 오늘 밤에 간다고 하였더니 가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101타워 방문은 옵션이기 때문에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행 모두가 간다고 하여 우리 부부만 빠질 수가 없는 분위기여서 옵션에 찬성을 하였다. 나도 그곳이 그저 전망대 역할을 할 뿐 나이든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요소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우리는 밤에 가기 때문에 창밖에는 야경만 있을 뿐 타이베이 시내를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유튜브를 보면 전망대에서의 장면들이 잘 소개되어 있으므로 한밤의 증명사진 한 장을 위하여 구태여 'U$35/인' 을 지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미화35불안에 내진시설 관람이 포함되었다는 게 흥미를 끌었다. 물론 이 또한 유튜브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만 660톤에 달한다는 쇠공을 직접 보고 싶었다. 철제와이어에 매달려 있는 이 쇠공은 건물이 흔들릴 때 그 반대편으로 작용하여 건물의 쓰러짐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지금까지 최고 1m가 흔들릴 때가 있었다고 한다. 가이드는 이곳과 건물 전체를 배경으로 일행 전부에게 증명사진을 찍어주었다.
우리 일행이 야시장 골목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가이드는 들어가는 곳 나오는 곳의 기억해야 할 포인트들을 열심히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제한시간을 알려주고 자유롭게 돌아보도록 하였다. 여기도 인산인해였다. 줄지어 늘어선 간이 판매들에서 풍겨 나오는 각종 음식냄새가 서로 섞여지며 골목골목엔 형용이 불가한 냄새가 만들어지고 이 냄새는 북적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뚫고 이곳저곳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젊은층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평균 연령대가 좀 높은 편인 우리 일행은 주어진 시간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대부분 버스로 돌아왔다. 벼룩시장 같은 풍경도 좀 있으면 하였던 내 기대는 접혀졌다.
2025년 4월 26일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QdnBdnAUQH0 링크
시네마천국, 러브스토리 OST..| 첼로 +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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