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도라지 위스키

korman 2006. 9. 21. 21:45



소주를 한잔 하였다. 새로나온 19.8도 짜리로...

그런데 그게 내 입맛에는 맛이 아니었다.

 

예전 처음 술을 배울때 생각이 났다.

그때의 도수는 30도로 기억된다.

병따개로 따는 소주.

지금도 그런 소주가 간혹 눈에 띈다.

그때는 독구리라고 불리우는 큰병에 담은 술도 있었고

동네에서 나무 됫박으로 파는 소주도 있었다.

모두 마시고 나면 골패는 소주였다. 진로는 좀 나았지만.

그런것을 막소주라고 불렀다.

찌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를 즐기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병따개로 따는 소주를 막소주라고 부른다.

그건 도수도 좀 높다. 25도 이던가?

 

우리과 신입생 환영회때의 생각이 났다.

도라지 위스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에 나오는

바로 그 위스키이다.

선배들이 좀 고급으로 후배들을 대하고자 하였던지

그 도라지 위스키를 막걸리와 함께 준비하였다.

그 당시 위스키란 미군부대에서 몰래 빠져나온

고급스러운 위스키 외에는

도라지 위스키가 유일한 국산 위스키로 기억된다.

말이 위스키지 그냥 소주의 도수를 좀 높이고

갈색 물감을 드린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막걸리와 더불어 그걸 마시고

청운다방 계단을 오르다가 모두 되돌려준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때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다방에서도 도라지 위스키를 찾았는데

오스카 샴페인과 더불어

거드름을 키우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밀려드는 온갖 종류의 양주에

도라지 위스키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오스카 샴페인은 굳건히 살아남아

오늘도 빵집의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다.

술판에는 끼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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