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우리는 어디에 1

korman 2006. 9. 15. 23:26
저녁무렵 동인천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마을버스를 탔다.
한 정거장을 가서 버스 문이 열리자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가 올라왔다.
버스는 그 아이와 엄마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급하게 출발하였다.
엄마는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애를 썼고
마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성이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녀는 아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그 중년의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야 할텐데
그러나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그녀의 옆에 앉았던 사람이 내렸다.
이 또한 당연히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옆에 서 있는 그 중년의 남성에게
빈자리에 앉으라고 권유를 해야 할텐데
그녀는 또 아무말 없이 자신의 무릎에서 아이를 내려
빈 자리에 앉혔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무릎에 앉혀도 될것을....
그 어머니에게서 배운 아이는 커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전철을 이용하면서
나도 아이를 않고 타는 젊은 엄마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준 경험을 여러번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적은 그리 많지않다.
그녀들은
그저 당연한듯이
양보해준 자리에 그렇게 앉았다.

노인들은 요즘 젊은놈들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 말씀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그 노인들도 자리를 양보하면
고맙다는 말씀 하시는 분들 그리 많지 않다.
마치 나이 먹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얼마전 전철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한 대학생인듯한 청년이
자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청년은 정말로 자고 있었다.
전철문이 열리자 노인 한분이 타셨다.
내가 자리를 양보할 틈도 없이 그 노인은
잠든 청년 앞으로 가서는 다짜고짜로
청년의 머리를 당신의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젊은놈이 자리를 양보하기 싫어서 자는척 한다고...
이 무슨 해괴한 행동인가. 아무리 노인이라 하더라도.
졸지에 당한 젊은이는 "할아버지 그냥 깨우시지요" 하고는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러나 그 노인은 가는 내내
젊은이를 전철안의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듯이
큰 소리로 욕을하고 있었다.
젊은이는 다른칸으로 옮겨갔다.
물론 노인을 공경하는것이 우리의 당연한 문화이지만
노인이라고 젊은이에게 이렇게 대하여도 되는 것인지...

어느날 전철에서 나의 왼쪽에는 대학생 같은 청년이 앉고
오른쪽에는 노인이 앉아가던 적이 있었다.
정거장에서 노인 한분이 탔다.
난 당연히 내 옆의 청년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여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고개를 창쪽으로 돌리고 모르쇠 하였다.
바늘방석에 앉은것 같아 노인에게 자리를 내어 드렸다.
서너 정거장 가서 그 노인은 내리고 나는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나 채 엉덩이를 걸치기도 전에
다른 노인이 또 앞으로 왔다.
이번에도 내 옆의 청년은 또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리에 엉덩이는 대보지도 못하고 또 일어났다.
그런데 누군가가 일어나는 나의 어깨를 눌렀다.
내 옆에 앉아계시던 노인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며 누르시는 것이었다.
"당신도 보아하니 나이깨나 먹은것 같은데 옆에있는 젊은놈은 가만히 있고
왜 자꾸 당신이 일어나"
그제서야 그 젊은친구는 슬그머니 일어나 다른칸으로 가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올때까지 가슴이 시원하지가 않아 애꿎은 내 아이들에게
마구잡이 정신교육 시켰다
우리의 인간교육은 가장 기본적인것을 떠나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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