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종로에서

korman 2006. 9. 14. 11:59

종로에서

 

요즈음 길을 가다 보면 자동차 같은 휠체어를 많이 본다.

이는 물론 하체를 못 쓰시는 분에 한한 것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길거리를 갈 때도 손으로 바퀴를 돌려야 했으므로

장애인이 혼자서 외출하기가 힘들었는데

아직 그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기는 해도

장애 정도에 따라 혼자 외출하는데 한결 수월하게 된 것 같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장애인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지금은 장애인이란 명칭이 듣기 거북하다고

장애우라 부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장애우나 장애인이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저 한자에 유식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정치적 발언 같아서 씁쓸한 감이 느껴진다.

가끔씩 신체적으로 정상인 사람들은, 나부터라도

몸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불편한 생활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정상인들의 정신적 결함에 대하여

어찌 느끼고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어쩌면 장애인이다 장애우다 따지는 정상인들이

신체적 장애자들 보다 더한 결함을 가진 건 아닐는지

생각해야 할 순간이 있었다.

 

며칠 전 종로에서였다.

별로 바쁜 일도 없어 천천히

길거리의 움직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많은 차에서 경적 소리가 요란해진다.

무슨 일인가 둘러보니....

 

그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시내버스 한대가 장애인의 휠체어를 태우느라

버스정거장에서 좀 오래, 아니 오래도 아니지,

그저 몇 분 지체하고 있었는데

버스 뒤를 따라오던 차들이 그 몇 분을 참지 못하고

버스가 빨리 출발하지 않는다고

경적을 울려대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들 장애인의 휠체어를 태우느라

지체 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렇게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실상 그들은 그곳이 버스 정류장이었기 때문에

버스가 장애인을 태우던 정상인을 태우던

손님을 태우기 위하여 정차하고 있는 시간동안

버스에 빨리 가라 채건할 권한이 없는 운전자들이었는데..

 

장애자가 버스에 다 오를 때까지 난 그 자리에 서서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버스에 휠체어를 올리고 있는 저 장애인과

순간적 배려도 베풀지 못하고 경적을 울려대는

이들의 다른 것은 무엇인가.

혹 휠체어를 탄 그 불편한분으로부터

정신적 장애인으로 동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고장 난 자동차 안에 갇혀있다는 생각에

내 정신은 경적소리에 섞이지 않기를 바라며

지하철 승강구로 빨려 들어갔다.

 

2006년 9월 열사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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