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울림 속으로/우리 종 공부하기

문화유산열전 : 종

korman 2006. 10. 17. 01:37

 

종은 원래 각종 의식에 사용되며 또는 대중을 모으거나 긴급한 사항을 알리는 신호용으로 사용된다. 절에서 쓰는 종을 가리켜, 범종이라 하는데, 범은 깨끗하다는 뜻으로, 맑고 깨끗한 불교의 일에 쓰이는 불교의 종이다. 절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이도록 하거나, 모든 이들에게 때를 알려 주는 종으로, 그 소리가 아주 신묘하여 예경(부처에게 드리는 예배)이나 어떤 의식에도 쓰이게 되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인경이라고도 한다. 의식에서 종의 사용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친다.

삼국 정립 전후부터 후기 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미술품이 다양하고 우수한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고분에서 출토되는 금속 제품이나 옥 제품, 칠기 제품 등을 비롯하여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 나타난 불교 조각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금속 공예품으로서 찬란하고 독특한 기법을 지닌 불교용품 중 청동제 종은 다시 한번 주목하고 넘어가야 할 것 중의 하나라 하겠다. 중국 범종이나 일본 범종과는 달리 독특한 범종의 형태와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음색까지도 한국 범종은 신라시대를 시발점으로 하여 조선까지 각 시대별 특징과 양식 그리고 사상성을 가지고 제작 전래되어 왔다. 한국의 범종은 용주(임금이 타는 배)에서부터 종신의 각 부분에 이르기까지 금속 공예가 총집합 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문양의 다양성과 비천상, 보살상, 여래상의 율동성 있는 질감과 다양함 등에서 볼 수 있는 조각의 화려함과 위치의 선정, 또 범종이라는 단위 면적 속에 무리없이 배치하여 표현하였다. 이는 한국 범종이 갖는 우수성과 특징이며 또한 한국 고대 미술의 ‘미’와 ‘선’ 그리고 ‘형’의 결정체라 하겠다.

한국범종의 전형적인 양식과 형태는 후기 신라시대에 주조된 상원사동종과 성덕대왕신종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후 고려시대를 거쳐서 조선에서까지 이르는 범종의 형태나 양식변천을 고찰함에는 이들에 기준을 두어야할 것이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범종의 전형적인 대표가 되고, 기본적인 양식을 갖춘 범종은 역시 신라의 범종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상원사동종, 성덕대왕신종, 청주운전동출토동종, 선림원동종, 실상사동종 등이 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도 불교는 신라와 같이 호국불교로서 왕실은 물론 일반국민에게까지 널리 확산되었으니 범종을 주성하는 일도 성행하였다. 고려왕조가 지속되는 동안 신라의 양식을 계승하였던 고려시대 초기의 범종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양식적으로나 각 부의 수법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

후기에 들어와서는 고려예술의 각 부분이 치졸화되고 평민화되어 가는 쇠퇴기에 들어서는 시기로 범종 또한 신라종과는 달리 왜소하여진 느낌을 준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전기에 천흥사동종, 청녕4년명동종, 용주사동종 등이 있고 후기에는 정풍2년 명동종, 내소사동종, 탑산사동종, 죽장사기축명동종 등이 있다.

조선에 이르러서는 불교 그 자체의 쇠퇴와 요승(정도를 어지럽히는 요사스러운 종)들의 출현으로 말미암은 부패상이 새롭게 나타난 지배계급에 의하여 제게의 표적이 되었으며, 새로운 교화이념으로 유교가 숭상됨에 따라 신라와 고려를 통하여 800여년이나 국교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불교가 유교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자연히 불교미술의 쇠퇴를 가져오게 되었다.

전기는 고려시대의 여운을 엿볼 수 있는 시기로 고려적인 조성양식과 수법을 다소나마 간직한 작품들이 출현하여 오늘날 실제로 그 유래를 보이고 있다. 후기에는 고려의 여운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후기의 범종은 100구가 넘게 남아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전시대를 통하여 가장 많은 수이다. 후기의 범종들은 대개가 주성연기가 있어 절대연대를 알 수 있는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광사숭정 7년 명동종, 직지사순치15년명동종, 통도사강희25년명동종, 범어서웅정 6년명동종, 영국사건륭26년명동종 등이 있다.

범종은 방울보다 늦게 등장하였다. 최초의 범종은 상원사동종으로 보고되었는데, 이것은 72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746년에는 사상 최대의 걸작인 성덕대왕신종이 탄생하였다. 범종은 불교의 상징물이며 강력한 왕권전제국가의 산물이다. 종을 만들어서 부처님의 진리나 자비를 담아서 세상에 퍼지게도 하고, 역사에 기록될만한 대왕의 공덕과 위업을 종에 담아 그것을 국토에 퍼지게 하여 호국의 수단으로 삼기도 하였다. 중생들은 부처에게 종을 만들어 시주함으로써 소원을 빌기도 하였던 것이다.

결국 종소리야말로 높은 세계의 뜻을 아래로 하달할 수도 있고, 아래 세계의 뜻을 높은 세계로 상달(웃어른에게 글이나 말로 알림)할 수도 있는 신구였던 것이다. 부처님의 진리와 자비를 담아서 호국사상을 고취하는 경우, 대왕의 공덕을 종에다 담아서 호국을 꾀하려는 경우 일반 중생들이 종을 만들어서 발원한 것 등이 범종의 의미라 하겠다.

한국종, 특히 신라종은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모든 형태가 이치에 합당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와 같은 과학성과 슬기는 오늘날에도 마땅히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종 속에 담겨져 있는 그 깊은 뜻,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의 사색밖에 있는 그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때 신라종은 더욱 생명을 더할 것도 물론이다. 무엇보다 관광문화상품으로서 관광지의 대표적 볼거리로서나 깜찍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활용될 필요도 있다. 경주를 들러본 프랑스인이 집 현관이나 베란다에 한국종을 매달아놓고 바람에 맞춰 소리내며 춤추는 종을 음미하면서 한국을 그려보게 하는 것은 운치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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