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3

초가을 하늘은 청명한데

초가을 하늘은 청명한데 컴퓨터가 놓인 자리에서 의자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면 하늘이 보인다. 가을하늘이다. 여름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빛에 하얀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걸쳐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구름 흘러가는 게 꼭 바다 위를 내가 배를 타고 지나는 듯 느껴진다. 가을 하늘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내가 구름과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착각되기 때문이다. 9월의 그 청명한 초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흰 구름 사이사이로 검은 구름이 자리한 듯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 짐을 느낀다. 9월에 들어서며 일어난 이웃들의 청명하지 못한 모습 때문이다. 어떤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노인이라 불리는 나이가 어느 정도여야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한 평균이 74세였다고 한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나와 집사람은 아직 노..

백신에 먹먹해진 가슴

백신에 먹먹해진 가슴 정기적으로 다니는 동네 의원에서 집사람과 같이 AZ백신 주사를 맞았다. 의원 내에서 잠시 쉬었다 가라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우리보다 먼저 맞은 여자 분이 집사람에게 말을 걸어왔다. 타이레놀을 먹고 왔냐는 질문이었다. 집사람이 그건 주사를 맞은 후 몸에 이상이 나타날 때 먹는 거지 주사도 맞기 전에 무슨 약을 먹느냐고 답하니 그 여자 분은 의원에 오기 30분 전에 먹고 왔다고 하였다. 의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 모퉁이를 도는데 모녀(그들의 대화에서 모녀임을 알았다)가 지나는 사람들이 다 알겠금 큰 소리로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중년의 딸이 노년의 어머니에게 약 먹었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무슨 약을 먹냐는 대답이었다. 어머니는 하루 전 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