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3

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잔인한 달 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4월이 오면, 특히 4월에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말을 한다. 어디서 나온 문구인가는 따질 필요도 없다. 알건 모르건 이 구절은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문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미국계 영국시인 T.S.엘리엇의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라는 장시의 ‘죽은자의 매장’편에 쓰인 첫 구절로 많은 사람들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 기억하고 있지만 실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lest month)”로 번역되고 있다. 난 매번 4월이 오면 잔인하건 가장 잔인하건 간에 이 4월이 그 시인에겐 왜 잔인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 늘 궁금하였다. 시 전편을 ..

봄비가 꽃비려나

봄비가 꽃비려나 그늘 긴 공원 모퉁이 목련은 여태 봉우리도 다 키우지 못하였는데 햇볕 따스한 언덕 벚나무는 어느새 가지를 스치는 이 바람 저 바람에 꽃이파리 모두 내어 기웃 기웃 봄을 뿌리고 있다. 혹여 내걸음 잘못 디뎌 내려앉은 꽃잎 밟을라 고개 숙여 걷는데 하늘로 올랐던 꽃잎 뱅그르르 머리칼에 하나 운동화 끈 위에 하나 살며시 내렸다. 아침비 내리는 소리에 창문열고 내다보니 온가지 잘려 기둥뿐이던 사거리 검은 통나무에 온통 푸르름이 덮였다. 햇빛 내리던 공원 언덕엔 꽃비가 내리겠다. 이 비 그치면 그늘가 목련도 봉오리 열려나. 2021년 4월 3일 봄비내리는 아침에 하늘빛 음악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cQ_rLQ6zXb8 링크 REMEMBER WHEN - ..

햇볕 쌓이는 공원에서

햇볕 쌓이는 공원에서 동네공원 흙밭에 봄이 심어졌다 다른 데로 갈 봄 아닌데 곧 올거야 가다리다 조급한 사람들이 만든 봄 여린 팬지가 심어졌다. 꽃이파리 살랑임 시샘 되었나 심어진 봄 질투 되었나 햇빛 가리지 않는 공원모퉁이 꽃나무엔 얽혀진 가지마다 동그란 흰매화 봉오리 맺혔다. 친구가 보내온 물오른 강아지풀 사진에 문득 아지랑이는 피었을까 먼발치 바라보니 일렁이는 건 미처 맞추지 못한 수동 사진기의 초점 같은 희미함 뿐이었네. 잔디위에 호미 들고 앉은 아낙네는 오는 봄은 혼자 맞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음인지 검은 비닐봉투에 돋아나는 봄을 마구 캐담고 있었다. 오늘은 매화꽃 꽃봉우리 만개하였으려나 따스한 햇볕 쌓인 공원길로 발걸음 옮긴다. 2021년 3월 13일 하늘빛 음악 : https://www.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