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5

엄마가 없어진다

엄마가 없어진다 인천 신포동에서 수원방면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향하는데 역 근처 내항에 아주 커다란 멕시코 국기가 잔잔한 바람에 적당히 펄럭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극기라면 몰라도 저렇게나 큰 남의 나라 국기가 내항에 계양되었을까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그건 내항에 정박 중인 멕시코 선박의 선미에 걸려있는 국기였다. 호기심에 내항 출입구에 배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민들을 위하여 며칠 동안 개방을 하므로 신분증만 제시하면 배에 올라 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내항 입구 안내실에는 하얀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 사람이 선원들의 출입체크와 구경 온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안내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 목걸이를 받아 걸었다. 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현대적인 구조의 철선이 아닌 중세의 범선으..

배지

배지 ‘배지’라는 단어가 있다. 특정한 문장 속에 있으면 모를까 설명이 없으면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하기엔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 한자어라고 하여도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니 한자를 병기한다 해도 사전을 찾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문장 중에 있는 단어라면 사전이 없어도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많은 단어들이 그러하듯, 단어 자체만 가지고는 사전을 찾아도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있으니 콕 집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전을 찾으면 배지라는 단어에 대한 동명이의(同名異義)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설사 많다고 하여도 지금 이 글에서 그 뜻의 많고 적음을 짚어 보고자 함은 아니며 단지 우리말로 전환된 영어단어 Badg..

중앙공원이나 센트럴파크나

중앙공원이나 센트럴파크나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까? 내 경우는 TV를 보다 광고가 나오면 그 시간만큼 다른 채널로 돌렸다가 돌아간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방송에서는 광고가 끝나는 시간을 초단위로 알려주는 곳도 있다. 귀찮게 다른 곳에 들렀다 오느니 몇 초 있으면 끝나니까 잠깐 참아달라는 정중한 요청쯤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는 광고 한 편을 다 보았다. 그 광고가 언제부터 방영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제 처음 보았다. 한글날이 가까워 그런 광고가 나왔겠지만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공익광고 형태이면서도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이용한 구성이 참 좋다고 느끼며 어떤 상품일까 궁금해 하는데 마무리에 나오는 자막이 “바르는 뷰티”였다. 그 대목에서 난 참 광고 예쁘게 잘 만들..

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 별로 볼 프로그램이 없는지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집사람이 TV앞으로 나를 부르더니 쇼핑체널에서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색이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 방송에서 팔고 있는 옷 색깔을 묻는 것이었다. 물론 방송으로 보여주고는 있지만 천연색과 화면상에 보이는 색이 다를 수 있고 진행자가 알려주는 색은 화면 밖의 보통 사람들은 별로 쓰지 않기 때문에 낯선 색이름에 대하여 묻는 것이었다. 집사람이 가끔 보고 있는 그런 프로그램, 특히 섬유류 관련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의 말을 곁다리로 듣고 있으면 난 늘 갑갑함을 느낀다. “컬러”, 칼라“, ”블루“, ”레드“ ”네이비블루“,”퍼플“, ”버건디“, ”와인“ 등등.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운 내 세대에서는 참 불편하게 들린다. 염료와 염색 기술이 발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