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IN GOD WE TRUST

korman 2007. 8. 17. 19:01

 

IN GOD WE TRUST


지난달 뉴질랜드에 사는 절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었다. 핑계김에 친구 몇 명이 모여 1차로 소주를 한잔 같이 하고 시간이 되는 몇 친구는 2차로 맥주나 몇 잔 더 하자고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자리에는 조그마한 교회의 장로를 하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 모임이 있어 소주가 몇 순배 돌아가면 종종 종교적인 발언을 하여 다른 친구들로부터 뼈있는 농담을 듣기도 하는 친구이다. 이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문상을 갔었는데 빈소에 고인이 생전에 교회에 다니셨으니 절을 하지 말아달라는 팻말이 놓여 있어 친구를 밖으로 불러내 조문객중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팻말을 치우라는 충고를 하였던 기억이 있다.


맥주병이 몇 개 비워지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 친구 갑자가 지갑을 열더니 2달러짜리 미국 돈을 꺼낸다. 미국 돈 2달러짜리는 몇 년 전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아서 수험생들은 물론 많은 청소년들이 지니고 다녔던 돈이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2달러짜리 지폐는 흔하지가 않아서 그런 소문이 돌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가 그 돈을 꺼내며 자기는 그 돈을 늘 지갑에 귀중하게 보관하고 다닌다고 하였다.  나는 그저 행운이 온다니까 악착같이 보관 하는 구만 하고 농담을 걸었다. 그러나 이 친구의 대답은 행운의 2달러가 아니라 엉뚱한 물음으로 돌아왔다.


미국 돈에는 “IN GOD WE TRUST" 라는 글귀가 들어있다. 이 친구는 돈을 꺼내 드니만 느닷없이 나에게 묻는다. IN이 들어간 문장과 안 들어간 문장이 어떻게 다르냐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그 질문의 의미를 생각하기 위한 시간이 좀 필요하였다. 그 문장의 의미보다는 그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질문한 의도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였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평소 친구모임에서 자신의 종교적 발언에 비평적이었던 나에게 그 문장의 의미를 부각시키려 한 것인지 아니면 IN이 들어가고 아니 들어가고에 대한 학문적 테스트인지 아니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질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문장의 의미를 몰라서 묻는 것인지.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 나서 그 다른 의미를 설명하여 주었다. 그랬더니만 알고 있구나 하는 대답이다. 1차적인 의도에는 통과 되었는 모양이다. 도치법이 어떻고 하는 학문적 부가 설명을 한다. 그러더니만 이번에는 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하는 말인즉 돈에다 그런 문장을 새겨 넣은 나라이기 때문에 버지니아공대 사건 때 범인을 희생자와 같이 추도 할 수 있는 용서와 사랑이 있었던 것 아니냐, 우리라면 그런 행동이 나오겠냐고 예의 그 종교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천주교에 다니는 (자신은 나일론신도라고 한다) 뉴질랜드 친구가 한수 거든다. 그건 돈에 새겨진 문장을 떠나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문화적인 차이라고. 그러나 지신이 믿는 종교에 집착된 그 친구의 생각은 우리도 그걸 본받아야 하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그 돈의 문장에서 떠나지를 못하였다.


난 신체의 아래로부터 슬슬 위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기운을 누르기 위하여 또  한 잔의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야 했다. 잠시 후 나도 그 친구에게 질문을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자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민족이 얼마나 되는지 아냐고 그리고 ·우리나라 돈에는 세종대왕이 들어있는데 왜 세종대왕을 넣었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있냐고 그리고 왜 남의 나라 돈에 넣은 문장의 의미는 귀하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나라 돈에 새겨진 인물에 대한 의미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그리고 그 문장의 의미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것은 잘 이해 하지만 나에게는 우리 돈의 세종대왕 보다 더 큰 의미를 둘 생각은 없네 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 친구가 무언가를 더 이야기하려 하고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높은음자리로 변하자 다른 친구가 시간이 늦었다고 자리를 파하고 일어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좋은 자리에서 꼭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그 친구도 야속하지만 그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와 그들이 속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화와 풍습을 혼돈하지 않는 날은 언제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07년 8월 열이틋날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인가 스시인가  (0) 2007.08.25
용감한 대한민국의 할머니  (0) 2007.08.17
너무한것 같아요  (0) 2007.08.05
한 번만 더 생각하면  (0) 2007.07.29
세계 원로들의 모임  (0) 2007.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