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김밥인가 스시인가

korman 2007. 8. 25. 17:27
 

김밥인가 스시인가


막바지 여름이 그 기운을 다 내려놓고 물러가려는지 강한 햇빛에 진한 열기를 더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도 주말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실업자들도 주말에는 직업을 갖지 못한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하였던가. 간단한 점심을 김밥으로 해결하며 그녀가 문득 뉴질랜드 갔을 때 먹었던 김밥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 이야기에 난 그때의 못내 아쉬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몇 년 전에 오클랜드에 사는 친구집에 머무르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중에 한 젊은 교포 부부가 열심히 일을 하여 자신들의 새 집을 장만하고 절친한 교민 몇 사람과 뉴질랜드 이웃들을 초청하여 집들이를 하는데 초대되어 간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과 뉴질랜드 사람들이 같이 모여 서로 다른 문화를 한군데 섞어 집들이를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으며 음식 또한 한국식과 뉴질랜드식이 어우러져 이방인인 우리 부부에게나 한국 음식을 접하지 못하였던 뉴질랜드 사람들에게나 모두 즐거운 문화적 추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거기에 김밥이 있었다. 누드김밥까지 곁들어서.


집 주인이 먼저 모두에게 참석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영어로 건넸고 이웃 사람들도 각자가 준비한 선물이나 음식을 나누면서 집주인에게 덕담도 나누고 이것저것 옆에 앉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김밥을 들고 참석자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집 주인에게 물었다. 음식 이름이 뭐고 어떤 음식인지 설명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 순간 집 주인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하였다. “재패니스 스시 아시지요? 스시라고 합니다.” 아! 불싸!


서양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 많은 질문을 한다. 나 자신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 궁금하여도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상대방의 물음에 충분히 답해주지 못하여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친구의 경우 영어구사 능력이 김밥을 설명하지 못할 정도라 그리 간단하게 답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싫다. 뉴질랜드 키위들을 상대로 부동산업을 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국 사람들이 일본의 스시라는 음식은 알고 있다. 따라서 그 스시와 비슷한 음식인 우리의 김밥도 그냥 스시라고 한마디로 대답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되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써 한국음식을 그들에게 제공한다면 당연히 질문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견하고 제공된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미리 머릿속에 준비하고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도 김밥이 일본에서 도래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리 간단히 대답하였는지. 진작 스시를 세계에 알린 일본 사람들은 역사적인 기록에 의하여 스시는 한국의 김밥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한다. 우리가 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신라시대부터 이고 양식을 시작한 것은 조선 초기라고 하며 일본이 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인 1800년대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경우 보름에 오곡밥을 김에 싸서 각종 나물들과 같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사실이 이런데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한 그 친구의 설명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마누라는 그때 못내 아쉬워하던 내 모습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못하는 영어에 손짓발짓까지 동원하여 옆에 앉았던 여자에게 누드김밥까지 설명을 하였지만 스시라고 알고 있는 그들이 그 원조가 한국의 김밥에 있음을 알고자 하기나 할까. 그 스시라는 간단한 대답은 김밥을 먹을 때 마다 잊혀지지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중국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경복궁을 찾은 한국 가이드가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중국인의 물음에 세종대왕이 술에 취하여 창살을 바라보다가 그 창살모양으로 한글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였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며 쓴 웃음을 지었던 기억과 김밥의 기억이 겹치며 저녁에는 아이들과 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7년 8월 스무닷새날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민족 다문화  (0) 2007.09.29
9월의 가족여행  (0) 2007.09.21
용감한 대한민국의 할머니  (0) 2007.08.17
IN GOD WE TRUST  (0) 2007.08.17
너무한것 같아요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