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너무한것 같아요

korman 2007. 8. 5. 17:06
 

너무한 것 같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다. 늘 쓰던 단어가 없어지기도 하고 또 사용하지 않던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한다. 생활과 산업의 변화에 따라 합성어가 생겨나기도 하고 전문용어가 새로 태어나기도 하며 정상적인 언어가 아닌 음어가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단어의 변화이지만 그러나 우리가 늘 사용하던 말이 잘못 씌어지는 경우는 어떤 영향에서인가.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무 어려운 일을 너무 잘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어떤 일을 자기 일처럼 고맙게 잘 처리해준 상대에게 인사차 하는 말이다. “꽃을 너무 잘 가꾸셔서 너무 예쁘네요.” 잘 가꾸어진 예쁜 꽃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배우들이야 대본에 씌어 진대로 대사를 하는 것이겠지만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대사를 만들었을까. 작가들 모두가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너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대본을 썼다면 이런 어색하고 불완전한 대사를 만들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라는 단어를 이치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예는 비단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들도 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가자들도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 단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진행자들은 제대로 된 표현을 하여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교시절 “너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것을 이야기 할 때 사용한다고 배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지극히 긍정적이거나 감탄적인 것을 표현 할 때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말의 흐름이 “너무”를 너무 남발함으로 인하여 어색한 흐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일을 참 잘 처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은 “꽃을 정성껏 잘 가꾸셔서 참 예쁘네요.” 긍정적인 표현에서 너무를 빼고 이처럼 표현한다면 어떠할까. 조금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밖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주인공이 창문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며 “비가 내리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 한다. 주인공은 시력이 나쁘거나 아니면 간유리를 통하여 창밖을 보는 것도 아닌데 누가 보아도 엄연한 사실을 보면서 그리 이야기 한다. 물론 이도 대본에 씌어진 대사겠지만 많은 비가 오는 장면을 연출하였다면 작가는 주인공이 분명한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 자신 없는 표현을 하도록 설정하여야 했을까.  “밖에 비가 많이 오네요”라고 당당하게 표현하게 하였더라면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특히 청소년층에서, “같아요”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지신이 직접 느끼고 있으면서도 “시원한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느낌이나 상황을 표현할 때 “같아요”라는 말을 마구 사용한다. 이 또한 초등학교 다닐 때 배웠다. 불분명한 느낌이나 상황을 이야기 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그러나 요새는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조차도 마구 사용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말에 자신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이 자기의 행동이나 느낌이 아니라고 책임회피를 하는 것인지.


어느 주말 TV를 보다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교양 대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요새 야채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채소의 일본식 표현임으로 채소라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끝맺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맛있는 요리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 모두가 채소 대신에 야채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모두가 대본에 의한 말을 주고받는 것일 텐데 같은 방송국에서 그것도 사전에 녹화된 프로그램에서 또한 바로 전 프로그램에서 야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계도성 언급이 있었음에도 이어지는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생각지 않는 것은 무슨 처사인가. 녹화 전에 대본이 검토되고 “야채”가 부적절 하다면 “채소”라고 수정하고 출연자들에게도 미리 주지를 하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야채는 시청자들만 사용하지 말라는 것인지.


미디어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특히 청소년층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방송이나 신문 혹은 다른 미디어 매체에서 사용하는 말이나 글은 비록 틀린 표현이라도 미디어를 대하는 일반 대중에게는 그것이 그대로 유행이 되고 맞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의 영향은 다른 미디어 매체보다도 더욱 크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옳지 않은 화법을 구사하거나 맞춤법에 틀린 자막을 내보내는 일은 아니함만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따지면 사투리를 사용하거나 비속어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사투리 및 비속어와 정상적인 언어의 왜곡사용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서 표준어만을 구사 할 수는 없다. 오락적 요소를 더 하기 위하여 사투리도 들어가고 비속어도 삽입하며 때로는 쌍말이나 욕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대화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왜곡은 미디어를 대하는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표현을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또한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게 만들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 하겠다.


방송은 프로그램 제작 전에 제작회의라는 것을 하고 신문이나 잡지도 인쇄 전에 여러번 검토를 거친 후에 발간하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잘못된 표현은 사전에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각종 미디어의 제작과 관계되는 분들 모두가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우리말 지킴이의 첨병임을 인식하여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말이나 글의 흐름이 어색하게 이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를 바란다. 


2007년 8월 닷새날에     

   

A Thousand Winds(영혼은 바람이 되어) - Moon Hyo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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