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시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두해 전 1986년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그 때 세계의 육상업계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달리기 3관왕을 차지한 여고생이 있었다. 깡마른 체구에 달리기에 필요한 지구력이라고는 몸매 어디를 봐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체구를 하고 금메달 세 개를 거머쥔 그녀의 이름은 “임춘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는 한국의 육상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그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인터뷰를 하였다. 집이 가난하여 늘 라면만 먹고 이를 악물고 뛰었으며 우유를 먹고 뛰는 선수들이 가장 부러웠다고. 그녀의 이 말은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적시었고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한국 육상계로서는 그녀가 더욱 분발하여 올림픽에서도 한국 육상을 빛내주기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갑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 부담스러웠던지 아니면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었던 헝그리 정신에서 벗어났던지. 지금 생각하면 국가적인 관리가 부족했음직도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여 그냥 평범한 대학생활을 마쳤다. 얼마 전 그녀가 외국의 유명한 자동차의 판매원으로 일한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또 한사람의 신데렐라가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매우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고 만 여고생 사격선수 “강초현”. 같은 해에 열렸던 세계 사격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땄었다. 그녀가 좀 더 국제 경험이 많았었다면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그녀는 작달막한 키에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예쁘장한 얼굴로 금방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돈과 명예가 한손에 다 쥐어졌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돌아와서도 매우 오랫동안 스포츠 스타로서 인기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고 각종 행사나 방송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출연하였다. 임춘애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사격선수로서의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고 인기대열에 휩쓸려 다니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었고 또한 어린 그녀의 자질을 잘 길러서 오랫동안 선수로써 국가를 빛낼 재목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그녀의 부모와 사격연맹이 개탄스러웠다. 결국 그녀도 임춘애와 마찬가지로 시드니 올림픽에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인기에 영합한 절대적인 정신력 저하와 훈련부족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또 하나의 유망주가 지금 사람들의 뇌리에서 천천히 잊혀져 가는 듯 하다. 각종 아마추어 최연소 기록을 갈아 치우며 골프의 천재라는 명칭을 듣고 있었던 “위성미”. 마마추어로 승승장구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프로로 전향하여서도 높은 기대치를 제공하여 걸어 다니는 일인 중소기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녀가 같은 여자대회는 등한시하고 남자대회에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더니 이제는 여자 대회에 참가 하여서도 초반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세간의 이목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그녀의 경기를 보면 여자 대회에서도 완전히 경기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아마추어 시절이 아무리 화려하였을지라도 프로 경기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선수를 사람들은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부모와 스폰서이다. 그녀가 남자 대회에 참여함으로 인하여 잠깐 동안은 사람들이 흥미로워 하겠지만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그녀에게는 선수생명에 치명타를 가져온다. 지금 그녀가 그런 처지에 놓인 것 같다. 스폰서는 돈을 대는 업체이다. 그 업체는 선수를 이용하여 투자한 만큼의 경과만 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선수와 그의 부모는 다르다. 부모 자신들이 선수를 관리할거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나이 어린 자식을 잘 관리하여 프로선수로의 생명력을 길게 하고 성공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주어야 하거늘 그렇지 못하다면 전문 선수관리회사에 위탁하여야 하지 않을까. 부모의 과욕이 자식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빨리 그녀가 평소의 실력을 회복하여 자신과 국가를 빛내는 큰 재목으로 자라기 바란다.
지금 또 다른 청소년 국가대표 두 명이 나라를 빛내고 있다.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가 그들이다. 이들은 관련단체나 부모가 잘 관리하면 큰 재목으로 오랜 시간동안 자신은 물론 국가를 빛낼 소질이 다분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요새 TV를 보면 이들이 대기업 상업광고에 등장한다. 물론 훈련을 위하여서는 많은 돈이 투여 되어야 하고 또 선수로써는 그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아마추어이고 아직은 훈련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굴지의 기업들이 이들을 TV에 세우지 않고 그냥 후원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운동과 공부를 겸하여야 하는 힘든 생활을 견뎌 나가야 하는 어린 선수들이 CF 촬영이다 TV 출연이다 하여 공부와 훈련과 내일을 위한 출분한 휴식 이외의 일에 시간을 빼앗김으로써 정신력이 해이해 지고 경기 감각의 무뎌진다면 위에 열거한 다른 선수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포츠 스타들이나 연예인들이 자기관리에 등한시하여 스스로 자신들의 생명을 끊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을 종종 본다. 또한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으로 자녀들이 희생하는 것도 가끔 접한다. 따라서 부모와 스폰서와 관련단체들은 아직 희망이 있는 “위성미”나 지금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청소년 선수들을 잘 보호하고 관리하여 이들이 큰 인물이 되도록 뒷받침하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7년 11월 열나흣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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