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아파트 담 위의 가시철망

korman 2007. 10. 28. 20:48

아파트 담 위의 가시철망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려다 아파트 학교 쪽으로 나 있는 아파트 담장에 가시철망이 한줄 새로 쳐진 것이 보였다. 학생들이 담장을 넘어 다닌다고 그전에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높이가 딱 학생들 얼굴 높이만큼 되어 무척 위험해 보이기에 관리사무소에 가시철망을 철거하는 것이 어떠냐고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철망이 철거되었기에 학생들의 위해요소가 하나 없어졌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 쪽 길 건너에는 남녀 중고등학교가 있고 또한 아주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도 있어서 아파트 담장 쪽 인도로 많은 학생들이 오가고 있는데 교통신호기 및 버스 정류소 팻말 등이 좁은 인도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 시설물들과 담장 사이를 지나려면 담장 위의 철망이 무척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없어졌던 것이 다시 설치된 것이다.


학교의 정문들이 아파트 정문과는 좀 빗겨나 있는데 담장이 낮은 관계로 빠르게 간다고 학교 정문 쪽에 있는 담장을 넘는 학생들이 있어 월담이 위험하다고 그것을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가시철망을 친 것이라 생각 되는데 그 높이가 얼굴높이 만큼 되어 인도를 가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삐끗하여 담장 쪽으로 몸이 기울게 되면 철망에 붙어있는 날카로운 가시가 얼굴에 닿게 되어 월담의 위험보다 가시철망이 훨씬 더 위험하게 생각된다. 특히나 학생들은 친구들과 장난도 하고 서로 밀치기도 하고 하면서 길을 가기 때문에 짐짓 담장 쪽으로 몸이 밀려 가시철망에 얼굴이 닿는다면 불행한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가시철망이 선뜻한 기분을 들게도 한다.


담장 안쪽에는 화단이 있다. 그곳에는 많은 나무와 넝쿨장미 및 다른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담을 넘으면 그 화단이 망가진다. 철망을 친 것은 학생들의 월담이 위험하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월담으로 인하여 화단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학생들의 월담을 방지하는 길이 그 선뜩한 가시철망을 아파트 담장 위에 설치하는 일 밖에 없을까.  


며칠 전 뉴스에서 서울의 어느 아파트 주민들이 바로 옆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자신들의 자녀들을 보내지 않겠다며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임대아파트 사이와 자신들의 아파트 사이에 통행을 못하도록 차단기, 철망 등을 설치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담장에 설치된 이 가시철망을 보면서 그 정신 빠진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지금 우리 아파트 담과 나란히 하고 있는 학교 앞 도로에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차보도 분리대도 설치되어 있고 교통신호등이며 바닥에는 학생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적색포장도 되어있다. 그런데 학교 앞 아파트에서 월담을 이유로 담장에 가시철망을 설치하여 학생들에게 위험요소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범죄 예방용이 아니라면 관리상의 편의만을 의식한 너무나도 이기적인 발상은 아닐런지.


가시철망을 치지 않더라도 월담을 저지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을법하다. 월담하는 쪽 화단에 나무나 넝쿨장미를 더 빽빽하게 심어 공간을 없애던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것 같은 망을 사용하여 담을 좀 높이던가 아니면 아예 그 쪽에 작은 쪽문을 내어 학생들이 그곳으로 다니게 하던지 하는 방법 등은 어떨까. 꼭 가시 철망이 필요하다면 얼굴에 직접 닿을 수 있는 담장 위가 아니라 담장 기둥의 화단 쪽  경사면에 설치를 한다면 학생들이 담장에 부딪친다 하더라도 가시철망에 직접 얼굴은 상하지 않으면서 철망의 효과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담이 없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보기에도 삭막하고 위험한 가시철망은 없애고 현명한 대안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년 10월 스무닷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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