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진흙탕과 요정

korman 2010. 9. 2. 23:26

 

 

 

 

진흙탕과 요정

 

소식을 전하는 모든 매체들이 진흙탕 싸움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아무도 진실을 모른다고도 했다. 어느 날 국가를 대표하는 요정이란 칭호를 가지고 있는 피규어 스케이터에게 주어진 표현이다.

 

이에 관한 기사가 날 때마다 인터넷에는 각종 댓글이 달린다. 그 댓글의 많은 것들이 읽을 가치도 없는 악성이거나 팔이 안으로 굽는 형태이지만 내가 볼 때 개중에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쪽을 쳐다보는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다. 그것도 그의 주관적 입장에서의 객관적 사고 아니냐고 따진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뒤돌아보면 이와 유사한 일들은 국내외적으로 많이 있어왔다. 그러나 그런 일의 대부분은 그저 한동안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 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그와 관련한 각종 루머가 돌아다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 진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는 한 그런 사건을 대하는 매스컴이나 일반인들 모두는 제3자로서 뭐가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일이 붉어져 나올 때 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당사자와 연관된 사람들 모두가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자식 간이나 학교의 선생님과 제자처럼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헌신하는 희생정신이나 책임감이나 의무감 및 도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사이는 아니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선수와 코치도 엄연한 스승과 제자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학교 선생님보다도 더 긴 세월을 같이 보내는 사이가 선수와 코치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의 요정과 그 서양인 코치 사이는 더더욱 그러하다. 요정은 스스로 된 것이 아니고 긴 세월 동안 스승의 훌륭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 하였고 제자의 성공으로 요정을 가르친 스승의 이름은 한껏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치라는 직업은 비록 스승이기는 하나 학교 선생님과는 달리 선수 혹은 그 선수가 소속된 기관과 일정기간 계약에 의하여 제자를 가르치는 계약직이다. 따라서 각종 계약 조건이나 주어진 여건에 따라 제자를 가르치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 그러니 가르침을 주고받기 전 각종 조건들이 명기된 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하여 당사자가 서명 날인한다. 다른 조항들은 서로의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계약서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기본 계약기간이라는 게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각자의 판단에 의하여 미련 없이 헤어지던가 아니면 서로의 합의에 의하여 계약을 연장하기도 하며 기본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로의 불미스러운 일로 일찍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요정과 서양인 코치가 사제의 인연을 어떤 조건으로 언제까지 맺고자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는 과정이 참 더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인연은 맺을 때보다도 헤어질 때가 더 중요하다 하였거늘.

 

통상적으로 계약을 한 사람들이 헤어지는 과정은 상대에게 문서로 통보하게 되어있다. 그저 기간이 끝났으니 혹은 어떤 일이 있으니 서로 헤어지자고 말로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요정이나 서양 스승이나 누군가는 어떤 사유로 헤어지자는 입장을 적어도 이메일이나 팩스 같은 문서로 전달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당사자들은 그런 건 공개하지 않고 그저 말로 엉뚱한 주장들만 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만 한다. 급기야 우리 요정께서는 자신의 홈피를 통하여 스승을 빈정거리더니 그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트위터에 스승을 향한 글을 남겼다. 차마 스승의 이름을 직접 적기는 민망하였던지 B 라는 이니셜과 함께. “거짓말 하지 마세요.”

 

이에 격분하였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돌아올 세계인의 눈총이 싫었는지 스승께서는 지난 4월 국내에 들어와 소식이 없는 요정에게 보낸 이메일을 미국의 유력 일간지를 통하여 공개하였다. 그 이메일의 내용은 일본 선수에게서 제의 받은 내용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요정의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우리의 요정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을 주었으며 내년의 출전 계획에 대하여도 물었다. 그러니 이때가 계약해지 아니면 계약연장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난 요정께서 스승이 보낸 그 이메일에 어찌 답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하였다. 그걸 알면 누가 진흙탕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같은 캐나다의 하늘 아래서 최근에는 우리의 요정이 연습장을 옮겼다고 한다. 당사자 본심도 모르는 매스컴들이 스승 때문이라고 떠들어 댄다. 나도 한국 사람이니 당연히 팔을 안으로 굽혀야겠지만 난 불행하게도 그녀의 편을 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스승의 편도 들지 못한다. 진흙탕에서 뒹군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진흙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단지 요정에게 처량한 생각이 더 드는 것은 모든 것이 그녀의 의지가 아니고 그녀의 소속사와 어머니의 생각을 따를 뿐이라는 것이 나의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더 이상 국제대회에의 참가가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양쪽이 모두 이룰 것 다 이루어 더 이상의 국제대회에 대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요정 입장에서는 다른 대회에 또 나섰다가 라이벌이라 일컫는 일본 선수에게 추월당하면 지금까지의 명예에 금이 가고 스승은 그 나름대로 명성을 잃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목표에 대하여 양쪽이 다 흥미가 없었지 않았을까. 그리고 새로 개정된 규정은 일본 선수에게는 유리하지만 우리의 요정에게는 불리하다고 한다. 따라서 양쪽 모두 돈과 명예를 한껏 이룬 이 마당에 더 이상 서로에게 미련은 없었을 듯도 싶다. 박수칠 때 떠나라 하였던가.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의 이목을 받는 사람들의 이런 행동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결코 정당화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그들은 스승과 제자사이가 아닌가. 또한 우리의 요정께서는 좀 더 성숙된 자세로 더 이상 스승을 비난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기억에 한국을 대표하는 요정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의 바람일 테니까.

 

2010년 9월 초하룻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