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여보게 친구

korman 2013. 10. 26. 11:40

 

 

 

 

 

여보시게 친구!

 

편의점에서 산 깡통커피 하나 들고

부둣가 배턱앞 시멘트계단에 앉아

멀리 바다를 가르며 놓여있는 긴 다리에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을 바라보네.

 

서녘에 내리는 노을을 삼켜버린 검은 구름이

빈 커피깡통에 채워지는 내 상념을 닮았구나 생각 즈음

긴 고동을 울리며 검은 바다로 향하는 뱃머리에

내 세월의 긴 끝자락이 매달려 가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저 긴 다리에 걸리는 붉은 노을을 맞으며

연안의 잔물결을 안주삼아

갈매기의 울음을 아리아삼아

이 계단에 앉아

우리가 같이한 긴 세월을 이야기하며

소주 한 잔 걸치고 싶네그려.

 

2013년 10월 24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