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속으로/내가 쓰는 이야기

정부의 안이한 대응?

korman 2014. 2. 18. 13:54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저녁 늦은 시간 TV속보에 성지순례를 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탄 버스에서 폭탄이 터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본지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TV를 틀어보았다. 불행히도 사망자도 넷이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지방에서 교회를 통하여 단체순례에 나섰던 사람들이라 하였다. 이어지는 뉴스는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정확히 확인된 내용보다는 각 방송사마다 외신의 예를 들어가며 비슷하게 어림잡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켰다. 내가 가입된 인터넷을 운영하는 포털업체에서 제공하는 뉴스에도 그 기사가 진한 색으로 첫 번째 떴다. 그런데 그 기사의 헤드라인이 사고를 당하신분들에 대한 생각보다는 “기자라고 막무가내로 이리 써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들었다. 사고가 난 다음날 아침 8시(우리시간)에 입력된 이 기사의 헤드라인은 모 뉴스 전문방송 기자가 쓴 것으로 “줄 잇는 성지순례…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화 키웠다”였다. 기사 내용은 다른 나라에서는 단체로 가지 않는 위험지역에 정부가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는 정부에 대한 비난성 내용이었다. 인터넷 검색에서 일부 지방신문 인터넷판에도 동 기자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사건의 개요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시간에 그는 정부부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정부에서 ‘여행제한’으로 지정한 곳이라 했다. ‘여행금지’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여행하는데 매우 위험한 곳이니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라 한다. 정부의 그런 발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곳이 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 곳에서 변을 당하여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였고 또 요새도 국제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런 것을 인식하고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의 개요보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우선 하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이 사건이 정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시간에 정부가 먼저 비난받아야 할 일이었을까?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민의 거주에 대한 자유와 이동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다른 나라와의 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좀 위험한 지역이라 해도 ‘여행금지’로 지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그런 문제를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경고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여 가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이 그 최고단계인 ‘여행제한’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실질적으로는 이 조치가 강제성은 없지만 쟁점의 소지를 없애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내릴 수 있는 ‘여행금지’가 아닐까? 그 다음은 국민 스스로가 판단하여 행동할 문제이지 정부가 이 일로 맨 먼저 비난 받아야 할 사항은 아니라 생각된다.

 

그곳이 위험지역인 만큼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각 교회별로 또는 여행사별로 무수한 단체여행객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라 하는데 성지순례가 아니라도 역사기행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에 상존하는 위험성 때문에 정부로부터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 이번에 변을 당하신 분들은 지방의 나이 드신 분들이니 이런 사실을 알고 가신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여행을 주도한 교회나 여행사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특히 여행사는 의무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고 여행 전 그 사실을 교회나 신도들에게 고지하였어야 할 책임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동 사실을 알고도 단체를 이끈 사람들이나 여행사에 있다.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고 그 지역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하여 변을 당하신 분들이 또 다른 불편을 겪는다면 비난이나 비판이 이어져도 수긍이 가지만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실을 전달하기에 앞서 정부부터 비난하는 것은 언론이나 기자의 올바른 태도는 아닌 듯하다.

 

나도 어떠한 일에 대하여 정부나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공무원 친구로부터 “네가 공무원 해라”라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 각자의 비판은 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고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비판이 우선적인 그 기자의 기사는 이해나 공감에 앞서 “이게 아니지 않나 하는“하는 거부감을 먼저 느끼게 한다.

 

2014년 2월 17일

하늘빛 

 

 

'이야기 흐름속으로 > 내가 쓰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 아무개성당 (St. 000 Cathedral)  (0) 2014.02.27
평칭을 위하여  (0) 2014.02.22
여인숙이란?  (0) 2014.02.11
재방송 페스티벌  (0) 2014.02.05
세월에 들려  (0) 2014.01.30